박근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세계경제 위기 상황에서 집권했다.

최근 용산 개발 부도 위기는 한국 경제 내부에 도사린 시한폭탄도 보여 줬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는 박정희가 경부고속도로를 깔고 중화학공업을 육성했듯이, IT 고속도로를 깔고 각 산업에 과학기술을 융합해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고 한다. 이런 “창조경제”를 통해 임기 내에 고용률을 70퍼센트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와 지금은 조건과 상황이 다르다.

박정희가 경제개발을 시작한 1960년대 초는 세계경제가 장기 호황을 누리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박정희 정권은 소련·동구권 등과 경쟁하려는 미국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노동자들의 피땀을 쥐어짜면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반면 지금 세계경제는 1930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는 이런 세계경제 상황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 자본주의는 박정희 시대의 고도 성장이 낳은 모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산업이 고도화하고 기계 설비류 투자가 상대적으로 늘면서 이윤율이 떨어져 온 것이다.

정성진 교수는 한국에서 “제조업 부문의 이윤율이 1970년대 초반의 16퍼센트에서 1980년대에는 12퍼센트로, 1996년에는 6.7퍼센트로 분명하게 저하[했다]”고 지적한다. 지배계급은 IMF 위기 이후 정리해고,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이윤율을 만회하려 했지만 “2000년에도 이윤율은 11.3퍼센트로, 1970~2000년 동안 최고점인 1972년의 21.4퍼센트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장률도 갈수록 줄었다.(김영삼 정부 7.40, 김대중 정부 5.00, 노무현 정부 4.34, 이명박 정부 2.96)

기업들의 투자 비율은 줄었고, 투자에 쓰이지 않은 돈은 투기에 들어가 곳곳에서 거품을 형성했다.

이처럼 지금의 위기는 자본주의의 근본적 구조에서 비롯한 것이다. 몇몇 산업에 IT를 융합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무망한 이유다.

박근혜는 이스라엘은 국가가 앞장서서 활발한 창업과 벤처기업 경쟁력 향상을 뒷받침했다며 이스라엘식 “창업국가”가 대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창업국가”는 미국의 막대한 원조 아래 군산복합체들을 지원하며 벤처기업을 육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규제를 완화하며 기업에 특혜를 줬다.

벤처 육성

그나마 2008년 경제 위기 속에 이 모델도 추락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양극화와 실업난 속에 거대한 시위가 계속 벌어졌다.

한국은 올해 1월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13.6퍼센트나 하락했다. 기존의 기업들도 투자를 줄이는 판에 박근혜의 창업 활성화는 허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IT 전문가’, ‘벤처 신화’라던 김종훈의 초라한 낙마는 상징적이었다.

게다가 박근혜의 벤처기업 육성 방안은 막대한 기업 특혜와 규제 완화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소득세·법인세 감면 계획을 냈다.

중소기업이 하청 등으로 재벌과 이해관계가 긴밀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결국 재벌에 대한 지원과 연결된다. 박근혜가 모범 벤처기업이라며 방문한 알티캐스트도 삼성그룹 기업구조조정본부 기획팀장을 지낸 인물이 대주주로 삼성과의 인적·물적 관계 속에서 발전했다.

결국 박근혜의 “창조경제”론은 거품을 떠 받치며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을 구조조정하고, 노동자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강요로 돌아올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백40개 국정과제에는 민영화, 구조조정, FTA, 노동유연화 등 노동계급의 삶을 공격하는 정책들이 가득 담겨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공격에서 비껴서서 지역별·부문별로 협동조합 등을 추진하는 것은 전체 노동자들의 삶과 일자리를 지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와 그 기반인 재벌·대기업 체제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체제의 심장부에서 저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재벌·대기업의 생산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조직 노동자의 구실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의 공격에 맞서 노동계급의 일자리와 삶을 위한 요구를 걸고 조직 노동운동의 단결과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