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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오류가 드러난 친시장 경제학의 긴축 정당화

노벨 경제학상 후보자로 거론되기도 한 주류 경제학자들이 긴축을 정당화하며 쓴 연구 논문의 오류가 최근 밝혀졌다.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긴축 논리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오늘날 위기의 진정한 원인을 설명한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이번 경제 위기는 여러모로 불가사의한 점이 많은데, 그중 하나는 사람들이 아직도 경제학자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이 2007~08년의 금융 공황을 예견하지 못한 것은 영국 여왕조차 아는 사실인데도 말이다. 그들이 예견 못 할 만도 한 것이, 주류 경제학자들이 고안해 낸 수학 모형들을 보면, 그런 공황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다뤄진다.

그럼에도 모형 만들기 놀이는 계속된다. 이번에는 긴축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출신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의 공로가 컸다.

경제 위기와 긴축이 낳은 참상 ‘저명하다’는 학자들이 바로 이런 상황을 정당화한 논리는 엉터리였다 ⓒ출처 Andreas Kontokanis (플리커)

2010년 이 둘은 이후 긴축론자들이 단골 메뉴처럼 인용하는 논문 한 편을 발표했다. 그들은 2012년에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금융 위기의 역사, 성장과 공공 부채 사이의 관계를 다룬 우리의 실증 연구는 현재의 부채 증가세가 장기적 성장과 안정에 위협이 된다는 견해를 뒷받침한다. 많은 선진국들[의 국가 부채 비율]이 이미 GDP 대비 90퍼센트라는 중요한 임계점을 향하거나 넘어섰다.”

로고프는 〈파이낸셜 타임스〉 수석 논설위원인 마틴 울프에게서 존경 어린 인터뷰를 받기도 했다. 그 인터뷰 기사에서 마틴 울프는 로고프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문을 구하는 인물이며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과 많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나라 빚이 많은 정부들이 재정적자 감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로고프의 조언은 지출 삭감을 우선순위에 놓기로 한 영국 정부의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렇게 잘 나가던 로고프와 라인하트의 연구 결과는 지난주 미국 메사추세츠 엠허스트 대학의 경제학자 세 명에 의해 허위임이 밝혀졌다(참고로 이 대학에는 영어권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중도좌파 성향의 경제학과가 있다).

허위

로고프와 라인하트의 연구는 여러 나라의 데이터를 근거로 국가 부채가 GDP의 90퍼센트를 넘으면 경제성장률이 급감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메사추세츠대학 연구진은 로고프와 라인하트가 엑셀 프로그램을 쓰면서 오류를 저질러 5개국 통계를 계산에서 빠트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로고프와 라인하트는 부채와 성장률이 모두 높은 나라들도 분석에서 제외했고, 개별 나라들의 국가 부채가 GDP의 90퍼센트를 웃돈 시기가 얼마나 길었는지도 고려하지 않았다. 이런 실수들을 모두 고쳐 놓고 보니 부채 비율이 90퍼센트 이상인 나라들의 평균 성장률은 로고프와 라인하트가 계산한 마이너스 0.1퍼센트가 아니라 플러스 2.2퍼센트였다.

로고프와 라인하트는 이런 치명적 비판에 재빨리 대응하면서, 자신들의 연구 결과 중 나머지 부분에는 그런 오류가 없다고 주장했다. 긴축 정책에 힘을 실어 주려는 의도도 없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둘째 주장은 그다지 정직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그들의 논문에는 “과도한 부채는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부제가 달려 있다. 티파티의 이데올로그이자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서 공공 지출 삭감 필요성을 강조한 폴 라이언도 바로 그 논문을 “확실한 경험적 증거”로 내세웠다.

설령 로고프와 라인하트의 계산에 오류가 없었다 한들 그것이 무엇을 말해 줄 수 있겠는가? 그들이 증명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높은 부채율과 낮은 경제성장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과학의 기본이다. 예컨대, 비가 내리는 것과 내가 우산을 들고 나가는 것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그러나 이 말 자체는 내가 우산을 들고 나가서 비가 내리는 것인지, 아니면 비가 내려서 내가 우산을 들고 나가는 것인지 말해 주지 않는다.

로고프와 라인하트를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적했듯이, 부채 비율이 높아서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률이 낮아서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것일 수도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주에 영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한 단계 강등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즉, 경기 수축 탓에 영국 정부가 GDP 대비 부채 비율을 줄인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더 힘들다는 것이다. 경기가 나쁠수록 정부는 실업 급여 등을 지급하려면 돈을 더 많이 빌려야 하고, 국민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그만큼 커진다.

미국과 영국 모두 제2차세계대전 직후 부채 비율이 90퍼센트를 넘었지만 고속 성장 덕분에 부채를 털어냈다. 이 점은 서방 자본주의가 오늘날 직면한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암시해 준다. 이윤율이 1940년대 말과 1950년대 초에는 높았지만 오늘은 훨씬 낮아진 것이 진정한 문제다. 그러나 로고프와 라인하트 같은 부류가 이 개념을 이해하기란 무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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