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 인터뷰:
“노조를 만들고 투쟁하면서 우리는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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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생한 인터뷰는 학교비정규직 투쟁이 왜 정당하고 우리가 이 투쟁에 왜 연대해야 하는지 잘 보여 준다.
저는 중학교에서 조리원으로 5년 넘게 일했어요. 조리원은 학교비정규직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참 서러운 직종입니다. 우리 학교만 해도 조리원 12명이 학생과 교직원 1천6백78명의 급식을 담당해요. 조리 도구는 대부분 쇠여서 무겁습니다. 배식차를 5층까지 끌고 가 층층마다 배식하고 일일이 수거해야 합니다.
계란 껍질 4천 개
하루 종일 일하고 나면 허리가 잘 펴지지도 않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붓기 일쑤예요. 세척에 사용하는 약물 때문에 위험한 순간도 많아요. 저도 약물이 눈에 들어가 각막이 타 들어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병가도 낼 수 없고 치료비도 자기가 부담해야 해요. 산재 신청은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그런데 해마다 2월만 되면 마음을 졸이며 혹시 내가 해고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무기계약직이라도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거든요.
계란 껍질 4천 개를 까라는 지시에 말 한마디 못했던 일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학교의 다른 노동자들은 4시 30분이면 퇴근하지만, 우리는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면서도 초과근무 수당 한 번 받지 못했어요.
교장은 우리가 학교에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았어요. 우리는 꼬박꼬박 인사하는데 아는 체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유령이었어요.
그러나 노조를 만들며 저는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초과근무 관행도 문제를 제기해 우리도 다른 노동자와 똑같이 퇴근하게 됐고요.
교장 앞에서, 행정실장 앞에서 말을 하게 됐어요. 저는 투쟁을 통해 변했어요. 남 앞에서 말하는 것도 부끄러워하던 제가 이제는 옆 학교에 가서 이야기도 하고 노조 가입도 받아요.
호봉제를 도입하자는 우리의 요구는 정당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20살이 넘으면 자녀 수당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래 일한 분들이 갓 들어온 사람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 일이 생겨요.
오래 일한 분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려면 호봉제가 필요합니다. 위험수당도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6월 22일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고 있어요. 정부가 우리 요구를 들어 주지 않으면 파업도 할 겁니다. 많은 분들이 연대하길 바랍니다.
지난해 파업 때 옆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전교조 선생님들이 돈을 모아 주고, 학생들에게 왜 학교비정규직이 파업을 하는지 유인물을 돌린 일이 있었습니다. 정말 존경스러웠어요.
이 소식은 경기도 전체에 퍼져서 모두가 부러워했어요.
지금도 노조에 가입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노조에 가입해라! 노조에 가입하면 오히려 해고 위협에서 우리를 더 잘 지킬 수 있다.”
올해도 해고가 많았는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분들은 겁나서, 또는 잘 몰라서 그냥 쫓겨났지만 노조에 가입한 분들은 일자리를 지킨 경우가 많았어요.
올해 싸우지 않으면 박근혜 5년 동안 끌려 다닐 수 있습니다. 올해는 기필코 호봉제를 쟁취하고, ‘비’자 빼고 당당하게 정규직으로 살 수 있는 발판을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