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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아베노믹스와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

〈조선일보〉는 불과 몇 주 전까지 “과감한 경제정책으로 일본 열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아베의 일본에서 배우라고 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는 최근 순식간에 세계경제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막대하게 풀린 돈 덕분에 올해 들어 30퍼센트가 급등했던 주식 시장이 최근 2주 만에 15퍼센트나 급락했다. 시중에 풀린 돈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 등으로 흘러들어 거품을 키웠지만 막상 실물 경제가 살아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장기국채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는 부작용(장기국채 가격 하락)이 먼저 나타났다.

일본은 국가채무가 GDP의 2백40퍼센트에 달해서 지금도 세수의 25퍼센트를 국채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쓰고 있는데 말이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일본발 위기가 세계경제를 추락시켜 “아베겟돈”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한국 언론들은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면 한국 수출 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는다며 걱정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더 문제라고 보도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잘 되도 문제, 못 되도 문제”(금융위원장 신제윤)라는 것이다.

이는 서로 경쟁하면서도 세계 자본주의라는 한 배를 타고 있는 자본가들의 처지를 보여 준다.

사실 ‘엔저’ 때문에 한국 경제가 위태롭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았다.

올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줄긴 했지만 일본의 1분기 수출 증가율은 전년대비 마이너스 10.5퍼센트로 더 큰 폭으로 줄었다.

1분기에 일본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과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약간씩 줄어들었다.

엔저 때문에 일본 수출이 늘면서 한국 수출이 타격을 입었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엔저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현재 한국 경제의 문제를 낳는 진정한 원인은 여전히 부진한 세계경제 상황과 한국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에 있다.

약발 떨어진 대책들

5월 들어 미국, 중국, 독일 등의 제조업 지표가 악화하며 세계경제가 위태롭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 줬다. 유로존의 4월 실업률이 12.2퍼센트를 기록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수출 촉진 정책도 힘을 못쓰고 있고, 한국 경제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수출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의 모순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삼성과 같은 일부 대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수익률이 하락해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5백대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4퍼센트가 줄고 당기순이익은 7.8퍼센트가 줄었다.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도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20퍼센트 이상 급감했다.

2012년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영업 이익률은 2003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낮은 상황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지갑을 잠그고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1천4백 퍼센트라는 사상 최대의 현금 유보율을 기록하면서도 말이다.

박근혜 정부가 금리를 내리고, 사상 최대 부동산 부양책과, 역대 둘째 규모의 슈퍼 추경을 발표했는데도 시장의 반응이 별로인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 부양책은 두 달여 만에 약발이 떨어졌고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와 은행 등의 부실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는 더욱더 ‘재벌 퍼주기’로 나가고 있다. 규제를 완화하고, 민영화를 추진해 기업에 특혜를 주고, 통상임금 등을 공격하며 시간제 비정규직을 늘리려는 것이다.

엔저에 대한 위기 의식을 부추긴 것에도 수출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었다. 엔저에 맞서 수출경쟁력을 지키려면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식이었다.

실제로 보수언론들은 현대차 노동자들이 특근거부 투쟁을 할 때 ‘엔저에 웬 파업’이냐고 공격했다.

그러나 위기의 뿌리가 2008년 이후 계속되는 세계 자본주의의 모순과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자제하고 양보한다고 해서 경제가 성장하지도, 일자리가 늘어나지도 않는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주장 속에 아베 지지율이 70퍼센트로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물가 인상 등으로 노동자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핵발전소를 재가동하려는 아베 정부에 맞서 6만여 명이 국회를 포위하고 시위를 벌였다. 우리가 일본에서 배울 것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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