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은 ‘평가의 광풍’:
차등 성과급과 일제고사를 폐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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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굵직한 학교 행사들로 가득했던 5월이 지나고, 이제는 학생들 한 명, 한 명과 더 인간적으로 눈빛을 마주해야 할 때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2011년부터 3년째 추진되는 학교별 차등 성과급(이하 학교성과급) 때문이다.
학교성과급은 ‘일제고사 향상도’, ‘특색사업 운영’, ‘방과 후 학교 학생 참여율’, ‘체력 발달률’을 공통 지표로 평가해 가장 높은 등급과 낮은 등급의 성과금이 6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도록 해 학교 간 경쟁을 부추기는 제도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는 비교육적인 일이 벌어진다.
특히 서울시교육감 문용린은 학교평가와 학교성과급을 통합하면서 일선 학교들을 극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학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특색사업의 개수를 늘리고 온갖 캠프와 대회를 남발한다. ‘보고서를 폼 나게 작성하는 연구부장 만나면 높은 성과급을 받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적을 부풀려 허위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뿐만 아니라 방과 후 학교 참여율을 높이려고 방과 후 학교에 불참하는 학생들에게는 취업 추천서를 써 주지 않거나 장학금 수여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는 학교들도 생기고 있다.
사실 교과부가 제시한 평가 지표들은 구체적인 학교 현실을 거의 반영하지 못한다. 학교 교육을 수치화해서 평가하는 것도 불가능할 뿐더러, 개별 학교의 구체적 상황을 거의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평가의 결과로 학교 지원 예산이 달라지는 등 지역별 소외와 편차가 더 커지고 있다.
물론 그동안 학교의 전시성 행사 중심의 관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 교사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학교성과급 도입은 학교의 비교육적 관행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줄 세우기
더욱이 일제고사 향상도를 학교 성과급과 학교 평가의 지표에 반영하면서 일제고사 성적 향상은 학교 현장의 사활적 과제가 돼버렸다.
지역 주민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려고, 학교 성과급의 높은 등급을 받으려고, 교장과 교감의 승진을 위해, 학교 예산을 확대하려고 학교는 일제고사 성적 올리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지난 5년 동안 전교조는 일제고사 폐지를 위해 줄기차게 투쟁했고, 그 결과 초등 일제고사(학업성취도평가) 폐지라는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여전히 중·고등학교에서는 ‘학교 줄 세우기’가 ‘학생 줄 세우기’로 이어지는 경쟁의 굴레 속에서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심지어 일부 시도교육청은 교육청별로 초등 일제고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계획에 교육부는 뒷짐 지고 방관하거나 조장하고 있다.
학교성과급과 일제고사는 신자유주의 경쟁교육 정책의 완결판이다. 따라서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진영은 이런 경쟁교육에 맞서 제도의 폐지를 전면에 내걸고, 힘을 집중해 전국적인 정치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현장에서 분회, 지회별로 성과급 균등분배를 조직할 때면 종종 이런 말을 듣곤 한다.
“성과급 싸움은 다 진 게임 아니야? 현장에서 균등분배마저도 흔들리는 게 현실인데, 이 제도를 폐기시킬 만한 힘이 어디 있겠어?”
확대되는 성과급 제도의 차등성이 학교 간, 교사들 간 경쟁과 분열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나오는 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전교조가 학교성과급 폐기 투쟁을 전국적이고, 중앙집중적으로 건설할 계획이 있다는 말에 동참 의사를 밝히는 비조합원 교사들도 꽤 있었다.
성과급이 정부 정책이고, 항의 규모가 커질수록 정부 정책에 타격을 입히는 정도도 커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교조 본부로 성과급을 집중 반납하는 정치 투쟁을 해야 한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성과급 제도에 대한 불만이 뜨거운 만큼 비조합원까지 참여시키며 전국적인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활동가들이 제안하는 누적 반납 전술은 다수가 동참하기 어려운 전술이다. 물론 참여할 교사들이 투쟁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면 반납 후 균등분배 없이 성과급이 폐기될 때까지 누적한다는 전술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성과급을 무너뜨리는 투쟁의 일보 전진을 위해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전국적 투쟁을 조직해야 할 때다.
현재 전교조 지도부는 옳게도 학교성과급의 전국적 반납을 조직해 교육부에 반납하는 정치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또 추후 균등분배 해 차등 성과급을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계획을 내고 있다.
한편, 학교성과급 투쟁은 일제고사 폐지 투쟁과 연동돼야 더욱 효과적이다. 정부 스스로도 초등 일제고사를 폐지하면서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자인한 만큼, 좀 더 유리한 고지에서 싸울 수 있다.
경쟁교육의 아이콘인 일제고사를 완전 폐지하고 비교육적 경쟁을 강요하는 학교성과급을 폐지하는 투쟁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런 투쟁들은 특권·경쟁교육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