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쇼크’의 직격탄을 맞으며:
덜컹거리는 한국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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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소비자 물가는 7개월째 1퍼센트대고 생산자 물가는 8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도 8분기 연속 0퍼센트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일본식 장기 불황의 초입부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이렇게 침체하는 배경에는 세계경제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 국가인 중국의 성장률은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
유럽 경제는 계속해서 수축하고 있고,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부딪치며 일본발 경제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미국이 양적완화를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주식이 폭락하는 등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 위기감 이후에 6월 10일부터 1주일간 한국에서 외국인 증시 이탈자금은 3조 6천억 원으로 아시아 최대였다. 한국 경제의 기둥이라는 삼성전자 주가가 7일 동안에 11.1퍼센트나 급락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지난 봄에 발표한 경기부양책들은 금세 약발이 떨어졌다. 1사분기 설비투자는 11.9퍼센트가 감소했다. 낮은 투자는 고용,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줄어든 자산 만큼 부채를 줄여야 하고 이것이 소비와 투자를 더욱 줄여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
낮은 이윤율의 위기는 해결되기는커녕 더 심화하고 있다. 올해 상위 5개 기업을 제외한 상장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6.5퍼센트에서 2012년 4.2퍼센트로 줄었다. 기업의 15퍼센트가 이자도 못 갚는 상태다.
고통전가
게다가 낮아지는 성장률 때문에 4월까지 세수(稅收)도 지난해에 비해 8조 7천억 원이 감소해 정부의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며 경제를 부양했던 땜질식 처방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민영화와 복지 공약 후퇴, 공공요금 인상, 시간제 비정규직 일자리 늘리기 등으로 경제 위기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
용산 개발 파산으로 철도공사의 부채가 늘자 철도를 민영화하겠다고 하고, 4대강 사업으로 수자원공사의 부채가 늘자 물값을 인상하겠다고 하고, 지방정부의 부채 위기가 심하니까 진주의료원을 폐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도 “가파른 임금 상승과 전투적 노사분규” 때문에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며 악랄한 책임 전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위기 이후 한국의 실질임금은 거의 제자리였고, 이 때문에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62.6퍼센트를 고점으로 점차 낮아져 2011년에는 59퍼센트까지 내려갔다. 하위 20퍼센트의 평균소득에 견줘 상위 20퍼센트의 평균소득은 1990년 3.72배에서 2011년 4.82배로 확대됐다.
공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도 노동자 탓이 아니다.
4대강, 신도시, 뉴타운 부동산 개발 등 부자 퍼주기를 하며 불어난 부채를 노동자들이 책임져야 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팍팍해지는 삶을 참으며 버텨 왔지만, 경제는 회복되지도 않았고 일자리도 늘지 않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성장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것이다. 민영화 반대,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노동계급의 단결과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