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3조 달러도 고치지 못 한 ‘고장 난 자본주의’
〈노동자 연대〉 구독
6월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버냉키가 연내에 ‘양적완화’를 줄이기 시작하겠다고 밝히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쳤다.
세계 각국의 주식·채권 가격이 하락하고(금리 인상),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의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
때마침 중국에서 성장률이 하락하고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경제 전체가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고 시중에 무제한으로 돈을 풀었다. 이 돈은 선진국에서 부동산 가격을 지탱하고,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구하는 데 사용됐다.
이렇게 풀린 돈은 전 세계로도 흘러 들어갔다. 2009년 이후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으로 흘러든 돈이 1조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끝없는 돈 풀기가 경기 회복보다는 거품의 크기와 위험성만 키우면서 불안정성도 커졌다. 그러자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제 달러를 회수할 때가 됐다고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국의 달러 회수는 가뜩이나 취약한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가뜩이나 취약해진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저성장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라는 이중의 덫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위기를 키우고 있다.
사실 이런 딜레마는 1980년대~2000년대에 개발도상국들이 수 차례 겪은 외채위기 때의 상황과 똑같다. 이 때문에 1994년 멕시코 외채위기와 같은 일이 조만간 벌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위기 가능성이 커지자 세계 각국 지배자들은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민중에 전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터키, 브라질 등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들은 지배자들의 고통전가 시도에 맞서는 투쟁도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런 투쟁을 확대해서 고장 난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대안을 건설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