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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와 한반도:
대화 제안이 진정한 긴장 해소로 가기 힘든 이유

6월 16일 북한이 미국에 북미 고위급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 등을 두고 미국과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북한의 대화 제안은 최근 동아시아에서 잇달아 고위급 외교 대화가 오가는 상황과 관련 있다. 6월 7~8일에는 미국에서 중·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6월 말에는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대화로 최근에 높아졌던 동아시아 긴장이 가라앉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시진핑과 오바마가 만났을 때도 꽤 큰 기대가 일었다.

그러나 중·미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해 보이던 겉모양과 달리 알맹이가 없었다. 사실 핵심 쟁점(사이버 해킹,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북한 핵 문제 등)에서 양국은 실질적 합의를 보지 못하거나 이견만 확인했다.

알맹이 없이 끝난 중·미 정상회담 겉으로는 웃으면서 돌아서서는 칼을 갈고 있는 자들. ⓒ백악관

심지어 중·미회담 직후 미국은 댜오위다오(센카쿠) 점령 상황을 상정한 대규모 섬 탈환 훈련을 일본과 함께 진행했다. 중국의 훈련 취소 요구를 간단히 무시한 것이다.

해킹

최근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사실들도 시사적이다. 그는 “NSA가 2009년 이후 홍콩과 중국의 표적 수백 건에 대해 해킹을 해 왔다”고 밝혔다. 중국과 미국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첩보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지금의 중·미 갈등과 동아시아 불안정은 쉽사리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전(前) 호주 총리 케빈 러드는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베이징에서 전문가들은 중·미 관계의 정확한 상태를 정의하려고 애쓴다. 그중 한 명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중·미 관계는] 열전(hot war)도, 냉전(cold war)도 아니다. 차라리 싸늘한 전쟁(chilly war)에 가깝다.’”

즉, 오늘날의 중·미 관계가 제2차세계대전 때 영국과 독일의 관계, 또는 냉전 때 미국과 소련의 관계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두 나라 사이 긴장과 경쟁이 상당한 것이다.

미국은 지금 당장 중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하려는 건 아니다. 중국도 자국이 여전히 군사력과 경제력 등에서 미국보다 크게 뒤떨어진다는 점을 안다. 그리고 현재의 세계 질서를 과거 냉전 때처럼 초강대국들에 의해 나뉘어진 양 진영의 갈등으로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두 제국주의 국가는 경쟁 관계에 있고, 이 때문에 곳곳에서 마찰음이 나온다.

더구나 지금의 중·미 갈등은 경제 위기 속에 경제적 경쟁이 지정학적 경쟁과 맞물리는 양상을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최근 ‘아시아 권력망의 부상’이라는 보고서에서 아시아 나라들의 안보 협력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나라들이 중국의 부상을 보며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이 보고서는 일본·호주·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연합 군사훈련과 군사 정보 공유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중에서도 일본 아베 정권이 가장 위험해 보인다. 아베는 중국을 견제하려고 인도·베트남 등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그리고 자위대에 영해 경비 권한을 줘, 센카쿠(댜오위다오) 등에 투입하려 한다.

중국도 적극적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합동 군사훈련에 대응해 상륙 훈련과 섬 공격 훈련 등을 벌이고, 서태평양 원양 훈련도 강화하려 한다.

그리고 시진핑은 지난 중·미 정상회담 직전 미국의 ‘뒷마당’ 라틴아메리카를 순방하며 자국의 영향력을 넓히려 애썼다. 그 이후 중국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니카라과 운하를 건설해 1백 년간 운영할 권리를 확보했다.

물론 아시아로 ‘귀환’하려는 미국의 발목을 잡는 요소도 많다. 우선, 미국 지배자들은 경제 위기로 국방 예산을 대거 줄여야 하는 처지다. 중동에서 시리아 내전과 이란 문제 등을 다루고 아랍 혁명에 맞서 패권을 유지하는 데도 역량을 상당히 쏟아야 한다.

그러나 비록 과거에 견줘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보이지만, 미국 제국주의는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이며 세계 패권을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힘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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