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게재] NLL은 제멋대로 그은 선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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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여파가 점점 커지자,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를 물타기 하려고 지난 대선 때 우파 결집을 위해 사용한 바 있는 NLL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그러나 NLL은 남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언한 경계선으로, 이를 수호하겠다는 호전적인 선언은 한반도 긴장을 부추길 뿐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대선 때 실은 기사를 재게재한다.
새누리당 의원 정문헌이 최근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을 ‘폭로’하며 역겨운 색깔론에 불을 붙였다. 당시 노무현이 김정일에게 “NLL(북방한계선)은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우파는 NLL 문제를 대선 쟁점으로 삼으려고 공세를 펼쳤다. ‘대북 게이트’ 운운하면서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도 하자고 설레발을 치고 있다. 박근혜 위기 탈출용으로 NLL 문제를 이용해 문재인에게 타격을 주며 우익을 결집하려는 것이다. 이명박도 연평도를 방문해 “NLL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며 박근혜를 측면 지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NLL 주장은 터무니없다. 남북 간에는 단 한 번도 해상경계선이 획정된 적이 없다. 한국전쟁 당시 정전협정 과정에서 남북 해상경계선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고, 나중에 NLL은 유엔사령부가 남한과 미군 함정들이 “이 선[NLL] 이북으로 항해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포된 것일 뿐이었다.
따라서 NLL은 국제법상 인정받는 경계선이 아니고, CIA조차 “북방한계선이 적어도 두 군데에서 확실히 북한 영토라고 추정되는 수역을 가로지른다”며 NLL을 남북 간 경계선으로 삼을 수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북한이 인정한 적도 없고, 국제법적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화약고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남한이 NLL 이남 해상을 지금까지 실효적으로 관할해 왔으므로 NLL이 실질적 해상 경계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북한도 1977년에 선포한 나름의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갖고 있다.
남한 지배자들이 그동안 NLL을 수호하겠다고 온갖 호전적 조처들을 하고 북한 지배자들도 맞대응을 하면서 이 지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돼 버렸다. 이 과정에서 남북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고, 한반도 전체의 긴장도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NLL을 대선 쟁점으로 삼아, 호전적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새누리당의 시도는 매우 역겹다. 이런 시도는 최근 평통사 압수수색 등의 국가보안법 탄압과 국방부가 ‘종북 세력을 적으로 규정’한 일들과도 연관이 있다.
그러나 문재인과 민주당의 대응은 한심하다. 문재인은 노무현이 남북정상회담에서 그런 발언을 했을 리 없다면서, 만약 그 발언이 사실이면 자신이 사과하고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은 ‘NLL을 확고히 지키며 필요한 국방력을 갖추겠다’는 보수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NLL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안보를 굳건히 해야 금강산 관광도 가능하다’는 안철수의 처신도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태도로는 서해상 남북 간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북한에 NLL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면서 어떻게 서해상의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겠는가. 문재인이 벌써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결국 그가 당선 후에도 보수층의 압력에 휘둘리며 온갖 ‘배신’을 할 것임을 예견케 한다.
이에 반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경선 후보는 옳게도 NLL이 해상경계선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며 문재인의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서, ‘북한 대통령 후보’라는 우파의 비방을 받고 있다.
우파의 ‘안보’ 공세는 남북 관계에도 긴장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10월 19일 북한 당국이 탈북자 단체가 임진각에서 삐라를 살포하면 “즉시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 실행될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에 국방장관 김관진은 “도발 원점을 완전히 격멸하겠다”며 섬뜩한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땅따먹기’식 해상경계선 주장이나 호전적 군사 조처들이 아니다. 서해상의 군사 행위들을 모두 중단하는 등 한반도를 화약고로 만들려는 우파의 시도를 모두 저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