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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반혁명을 준비해 온 군부

지금 이집트에서 벌어지는 학살은 군부가 오랫동안 호시탐탐 노리던 반혁명을 본격적으로 개시했음을 보여 준다.

1년 전 거센 반발에 떠밀려 무슬림형제단에 정치 권력 일부를 양보했던 군부는 그 이후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2011년 군부 반대 시위 당시 거센 학살자 퇴진 요구 때문에 군부는 정치 일선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호쌈 엘하말라위

무르시 정부는 “빵, 자유, 사회 정의”라는 혁명의 요구는커녕 생필품 공급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이며 퇴진 이전부터 정치적으로 빠르게 추락했다. 그리고 그만큼 정치적 공백이 생겼다.

말로만 혁명을 떠드는 기회주의자들은 군부가 그 공백을 메우도록 도왔다. 구국전선으로 대표되는 기회주의자들은 무르시 퇴진 이전부터 군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그리고 6월 30일, 혁명을 배신한 무르시 정부에 분노한 수천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직후에 군부는 혁명이 더 급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르시를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반혁명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기회주의자들은 무르시 퇴진 이후에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집단’이라 공격하며 반혁명의 명분을 군부에 제공했다.

덕분에 군부는 1년 만에 정치 전면으로 복귀했다. 군부는 7월 한 달 동안 무슬림형제단 시위대 수십 명을 잇달아 살해하면서 반혁명을 본격적으로 개시할 시기를 가늠했다. 또한 기회주의자들을 정부로 끌어들여 민간 정부라는 외피를 쓸 수 있었다.

이처럼 조금씩 조금씩 세력을 넓혀 온 군부는 자신감을 충분히 되찾자 8월 14일부터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

유혈사태를 촉발해 한 달간 계엄령을 선포하고 야간통행금지를 내린 것은 혁명 전체를 위축시키고 군부와 그 꼭두각시 정부를 향한 일체의 도전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앞서 무바라크 시절의 보안 기구를 부활시킨 내무부 장관은 학살 직후 “이번 기회에 치안 상태를 무바라크 시절로 되돌려 놓겠다” 하고 천명했다. 이어서 법원은 무바라크 석방을 명령했다.

군부가 반혁명으로 노리는 것은 이집트 혁명 자체를 절멸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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