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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에 파열구를 낼:
현대차 임금 인상 투쟁은 정당하다

현대차노조가 파업을 시작하자 우파 언론과 현대차 사측은 “1억에 1억 원 더”, “슈퍼 갑 노조”, “현대차 노조 생떼쓰기 … 멍드는 경제”라며 파업을 비난하고 있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노동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표에서 보듯이 2008년 이후 현대차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률은 대체로 물가상승률 수준이었고, 현대차 사측이 챙긴 당기순이익 규모와 상승률에 턱없이 못 미친다. 2009년에는 경제 위기를 이유로 기본급은 동결됐지만 오히려 사측의 순이익은 2008년의 두 배가 됐다!

구분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소비자물가상승률 4.7% 2.8% 3.0% 4.0% 2.2%
현대차 임금인상률

(통상급대비)

4.6% (기본급 동결)1.6% 4.0% 4.45% 5.4%
현대차 당기순이익

(전년대비증가율)

1조 4479억 원 2조 9615억 원

(104%)

3조 4762억 원

(17%)

4조 7409억 원

(36%)

5조 2734억 원

(11%)

△자료: 소비자물가상승률 - 통계청, 현대차임금인상률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8월 23일 1공장 파업집회 네 시간 파업으로 생긴 ‘손실’ 8백56억 원은 그동안 정몽구가 얼마나 현대차 노동자들을 착취해 왔는지 잘 보여 준다. ⓒ사진 제공 현대차 1공장 조합원

‘귀족 노동자’의 고달픈 삶

게다가 현대차 노동자들의 상대적 고임금은 뼈빠지게 장시간 일한 것의 대가다. 현대차 19년차 정규직 노동자의 기본급은 약 1백80만 원이다. 임금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5퍼센트다.

19년차 정규직 노동자가 잔업, 철야, 특근까지 하루 13시간씩 일해야 연봉 7천7백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이렇게 1년에 20여 일밖에 안 쉬고 3백30여 일을 일하던 정규직 노동자 10여 명이 지난해에 과로로 죽었다.

주간연속2교대제가 도입됐지만, 현대차에 기술직(생산직)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여전히 2천5백 시간에 육박한다.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무려 8백 시간(약 5개월)을 더 일하는 것이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다른 해외 공장 노동자들보다 임금이 더 비싸다는 현대차 사측의 비난도 거짓이다.

현대차 사측이 2012년 초에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장시간 근로 개선 계획서’를 보면 “현대차 조합원은 미국 자동차 공장 노동자 시급의 41.6퍼센트를 받고, 노동시간은 4.2개월을 더 일”했다 (〈현대차지부 쟁대위 속보〉). 낮은 시급을 벌충하느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 노동자들의 중요한 과제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서도 이번 임금 인상 투쟁은 중요하다. 기본급을 포함한 임금이 올라야 그만큼 잔업과 특근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고, 무엇보다 투쟁의 승리가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여 노동시간 단축 투쟁으로도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지갑도 털리고

현대차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의 대가를 그대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세금이 기다리고 있다. 한 근속 34년차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는 “지난해 잔업·특근·철야 수당과 성과금까지 다 합쳐 연봉 1억 8백만 원을 받았다. 이 중 세금만으로 1천6백만 원을 떼어 갔다. 10퍼센트 이상을 세금으로 낸 셈이다. 주말 특근을 네 번 하면 한 번은 고스란히 세금으로 떼인다”고 한다. 매달 특근 한 번을 국가에 무료봉사하는 셈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유리지갑 털기’로 현대차 노동자는 1백만 원을 더 털리게 생겼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투쟁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 정당한 또 다른 이유는 다른 노동자들에게 끼치는 긍정적 영향에 있다. 투쟁의 성과가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 10년 사이 정규직 임금 인상률이 10.6퍼센트로 가장 높았던 2003년에는 비정규직 임금 인상률도 10년 사이 가장 높은 6.9퍼센트를 기록했다.

그래서 경총은 2006년에도 “5천 명 이상 대기업이 임금 인상을 주도했기 때문에 기업들의 평균임금이 올라간 것”이라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현대차에서 임금 인상 투쟁이 승리한다면, 경제 위기와 물가인상에 고통받는 다른 노동자들에게 임금 인상 투쟁의 정당성과 자신감을 제공할 수 있다. ‘고임금 노동자들도 임금을 올리는데 우리도 올리자’고 말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한국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계속 줄고 있다.

그 점에서 우파들이 공세를 펴는데 반해서 대다수 좌파가 현대차 파업에 침묵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현대차 파업의 효과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규직 고소득 노동자들의 잇속 챙기기만으로 보는 부적절한 견해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정몽구의 ‘돌아온 해결사’ 현대·기아차 노무총괄 부회장 윤여철은 “생명을 건다는 심정으로 노조 파업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두 시간 이틀 부분 파업에도 우파 언론들과 경총은 길길이 날뛰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차는 한국 경제의 핵심 작업장이며 파급력이 크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의 ‘오른팔’이라는 민주노조가 ‘3년 무쟁의’를 뚫고 지난해에 투쟁의 근육을 다시 사용했다. 올 상반기 특근 거부 투쟁은 살아나고 있는 현대차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보여 줬다. 그리고 이제 파업을 시작했다.

현대차 투쟁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은 불리하지 않다. 국정원 선거 개입 문제를 두고 박근혜는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려 있다. 이런 유리한 상황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현대차지부 쟁대위는 두 시간 부분 파업 이후에 다시 이틀 동안 네 시간 부분 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 사측의 태도나 우파들의 공세를 볼 때, 그리고 현장 조합원들의 자신감과 바람을 고려할 때, 파업 수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파업은 힘을 극대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관심과 투지를 집중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난해 파업을 돌아보면, 철저하게 부분 파업으로 일관해 투쟁을 질질 끌어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따라서 올해는 전면 파업을 벌여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올해 정규직 임단투 쟁의에서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요구를 함께 내걸고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신규채용을 강행하는 사측을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을 강화할 뿐 아니라, 정규직 투쟁에 대한 온갖 왜곡과 비난에 맞서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동자들의 공동투쟁도 중요하다. 그 점에서 기아차가 부분파업을 시작하고, 현대차 계열사 노조 공동 투쟁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반갑다.

공동의 적에 맞서 공동 투쟁을 벌여 현대차 사측을 물러서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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