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 ‘반제국주의’의 허구도 보여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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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 한국·미국의 대규모 전쟁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시작됐다. 이 훈련은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과 본질적으로 똑같다.
그런데 이 두 훈련을 대하는 북한 지배자들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키 리졸브 훈련 때 북한은 거세게 반발하며 대응 훈련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한두 차례 성명을 제외하면 북한은 UFG 훈련 비난은 대체로 자제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실리적 이익을 더 신경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자칫 UFG 훈련에 대한 대응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좁힐까 봐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일관성 없는 태도는 북한이 진정한 반제국주의와 거리가 먼 나라임을 보여 준다. 북한 지배자들은 제국주의와 타협해서 공존하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 지배자들이 이산가족 상봉 같은 절박한 문제를 외교 협상의 카드로만 보는 태도도 남한 지배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1972년에 김일성과 박정희는 7·4남북공동성명을 합의하며, 유신헌법과 주석제를 추진할 발판을 서로 제공해 준 바 있다. 지금도 북한은 여러 남북 회담을 잇달아 추진해, 정치 위기에 빠져 있는 박근혜가 내민 손을 잡아 준 셈이다.
박근혜는 남북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정서를 이용해 정권에 맞선 저항을 무뎌지게 만들려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 운동의 일부인 자주파 동지들이 북한 지배계급과 남북 관계를 이용하는 지배자들에 대해 혼란스런 태도를 보인 적이 많았다는 것이다.
자주파 동지들은 반정부 투쟁에 헌신하다가도 ‘민족화해’를 고리로 계급 동맹을 추진하면서 모순에 부딪히곤 했다. 김대중 정부 때 일부 자주파 동지들은 민주노총의 김대중 퇴진 요구를 반대하면서 그 혼란을 드러낸 바 있다. 김대중이 ‘민족화해에 앞장섰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박근혜는 노골적인 친미 우파 정부기 때문에 그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가 8월 15일에 이산가족 상봉과 DMZ 평화공원 등을 제안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난 4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해결을 일관되게 추구하면 적극 돕겠다”며 혼란을 드러낸 바 있다.
8월 14일 〈민중의 소리〉는 “계급협조에 기대를 거는 것은 진보운동을 망치는 길”이라고 옳게 지적했다. 그러나 동시에 “통일 없이 민주(복지) 없다는 진리가 입증”되고 있다고 했다.
민주와 복지를 위한 노동계급의 투쟁보다 통일(남북 화해)을 전략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보는 관점이 바로 계급 협력주의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