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교육부는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를 수능시험에서 별도의 영역 시험으로 필수화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사가 수능에 딱 들어가면 깨끗하게 끝나는 일”이라는 박근혜의 말로 촉발된 이 방안으로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논쟁은 자칫, 교과 간의 이해 다툼과 현 수능체제를 바라보는 입장차에 따른 해법 논쟁으로 비춰지고 있다. 국영수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소외감을 맛봐야 했던 역사교사들은 이 문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교조는 8월 1일자 성명서에서 국가가 역사교육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라며 분명히 반대했으나, 최근에는 여러 압력에 밀려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한국사 수능 필수화를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편협된 자기 생각을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가르치면 굉장히 위험하다”며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유신체제를 옹호해 온 박근혜가 무엇을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역사’라고 할 것인가? 모든 나라에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역사 인식은 매우 상이한데, 현대사 영역에서는 특히 그렇다. 계급갈등이 첨예한 사회에서 중립적 역사교육이란 있을 수 없다.
박근혜는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응답한 조사 결과를 두고도 “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단면”이라며 역사교사들을 비난했다. 최근 여러 차례 현장교사들의 ‘역사왜곡’ 문제를 지적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사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는가?
박근혜 정부는 국가주의를 부추기면서 학교교육에 대한 이데올로기 통제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과 민중에 전가하는 데 ‘외국의 경쟁자에 맞서 모든 국민이 합심해야 한다’는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는 상당히 유용하기 때문이다.
역사교사들도 세계사는 빼고 한국사만을 강조하는 것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박정희는 ‘한국적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유신 정치 시대를 열었고, 이를 정당화하려고 1974년 국사 과목을 국정화한 바 있다. 지금 러시아에서는 대통령 푸틴이 주도해 검정이던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가 심사를 통과한 상황에서 한국사가 수능에서 필수가 되면, 박근혜가 의도하는 한국사 교육이 이뤄질 것이다. 한국사 수능 필수를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