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예산안:
복지·노동 쥐어짜서 기업 퍼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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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9월 26일 2014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복지 예산이 1백조 원을 넘겼다며 자화자찬하지만 늘어나는 복지 예산 6조 6천억 원 중에 절반 이상은 공적 연금 증가분, 건강보험 국고지원액 등 자동 증가분이다. 여기에 공약을 파기하며 턱없이 부족하게 책정한 기초연금 증액분 2조 원과 보육비 7천억 원을 빼면 나머지 복지 예산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박근혜는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 공약 폐기를 사과했지만 사과해야 할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반값 등록금 공약도 사실상 폐기했다. 교육부는 반값 등록금을 위해 국가장학금 예산 1조 6천억 원 증액을 요구했지만 책정된 금액은 겨우 4천억 원에 그쳤다.
정부는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6만 5천여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 예산도 배정되지 않았다. 고교 무상교육, 친환경 무상급식도 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기초생활보장비는 자연증가분에도 못 미치게 책정됐다. 기초생활 수급자가 30퍼센트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허리띠를 졸라 매라는 것이다.
게다가 하위 공무원의 임금은 불과 1.7퍼센트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6년간 공무원의 실질임금은 삭감돼 왔는데 말이다.
정부는 이처럼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약은 폐기하면서 기업을 지원하는 돈은 대폭 늘렸다. 기업을 위한 정책 금융은 전년 대비 24.3조 원이나 확대했다. 이 돈이면 약속한 대로 기초노령연금과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등을 모두 실현하고도 남는다.
건설회사들에게 퍼 주기 예산인 민자유치건설보조금도 급격히 늘었다.(2013년 6천5백억 원에서 14년 1조 1천6백억 원으로 78.4퍼센트 증가)
친기업·반노동 정책에 맞선 저항을 억누르기 위한 경찰력은 2017년까지 2만 명 늘릴 계획이다. 경찰과 검찰 등에 배정된 예산은 7천억 원가량이나 늘었다.
수십조 원을 들여 첨단 무기를 수입하려는 계획도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복지공약 후퇴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정부가 계속해서 추진한 이런 방향은 경제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기업주·부자 들에게 깎아 준 세금만 82조 원에 이르지만 기업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쌓아 두고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올해 2분기 국내 총투자율은 세계적 금융 위기에 시달리던 2009년 2분기 이래 최저치(24.9퍼센트)를 기록했다.
그러는 동안 가계 부채는 늘고, 양극화는 더욱 커졌다.
게다가 기업들에 준 막대한 혜택 때문에 정부의 재정적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기업들에는 퍼 주며 노동자들은 쥐어 짜는 방식을 포기할 리 없다.
최근에는 깨알 같이 기업들의 규제를 완화해 주는 3차 투자 활성화 대책도 발표했다. 여기에는 그린벨트에 공장을 더 쉽게 지을 수 있게 하고, 치명적인 화학물질을 배출해도 기업활동에 큰 지장이 없게 하는 조처들이 포함됐다. 또 정부는 최근 이마트의 부당 노동행위와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결정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