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속에 계속 추진되는 철도 민영화:
저지 투쟁도 계속 확대·발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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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쉽게 민간 매각을 하자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규정을 강력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데도 민영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거듭 이렇게 강변했다. 수서발 KTX 신설 법인의 주식을 사기업에 매각하지 못하도록 정관에 담겠다고. 그러니 민영화가 아니라고.
그러나 이는 뻔뻔스런 사기극에 불과하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은 “매각 금지 정관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이미 밝혀졌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실제로 2000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주식 양도를 제한한 회사의 정관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 “일체 주식의 양도를 금지하는 내용[을] 정관으로 규정했다 하더라도 무효”가 되며, “회사와 주주들 사이에서, 혹은 주주들 사이에서 약정했다 하더라도 이 또한 무효”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본의 사적 소유를 철통같이 지키려는 법원이 ‘투자 자본의 회수’를 부정하는 제도를 쉽게 허용할 리 만무하다. 정부가 이를 모르지도 않을 것이다. 정부는 그저 눈가리고 아웅하며 민영화를 추진하려고, 복지공약과 마찬가지로 부도수표만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도둑이 제 발 저리듯 거듭 ‘민영화가 아니다’ 하고 말하지만, 그렇다면 왜 굳이 철도 안전에 필수적인 통합적 협력시스템을 망쳐 가면서까지 법인을 분리하려 하는가. 게다가 왜 신설 법인의 철도공사 지분을 1백 퍼센트로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정부는 최근 수서발 KTX 법인은 “저비용 고효율 회사”로서, “연내에 설립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차량정비와 시설유지보수 등의 업무는 아웃소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청와대는 경쟁체제 도입에 집중하는 모습을 그다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주간경향〉의 최근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아직 수서발 KTX 법인이 설립되지 않았으니 민영화 추진이 본격화된 것은 아니다’ 하는 일각의 주장도 사태를 안이하게 보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철도공사 측과 함께 수서발 KTX 운영 준비단을 구성해, 법인의 경영 목표, 세부 운영 계획, 직원의 규모 등을 마련해 가며 민영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TF’를 구성해 일련의 분할 민영화 방안도 구체화하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
특히 정부는 사장 재공모 추진과 노조의 파업 연기 등으로 긴장이 느슨해진 틈을 타 철도 분할 민영화를 위한 제반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정부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자산 매각과 사업·노선별 분할 등을 위한 주요 제도 정비에 나섰음을 보여 준다.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최근엔 철도공사 측도 다시금 1인 승무제 도입 계획을 밝히고 나섰다. 노동자들의 대응으로 한발 물러섰던 사측이 몇 달도 안 돼 또다시 칼을 빼들기 시작한 것은, 성공적 민영화 추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요컨대, 정부는 철도공사 사장 공모에 ‘외압’을 가한 사실이 들통나 재공모 절차를 밟는 수모를 겪어야 했지만, 이로 인해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이 다소 늦춰진 사이에도 민영화 추진은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심화하는 경제 위기 속에서 결코 쉽사리 민영화 추진을 중단하지 않을 기세다. 오히려 최근의 기초연금 공약 폐기, 이마트·삼성전자서비스 사측 편들기 등에서 드러나듯, 경제 위기 고통전가 방향은 보다 노골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22일 관계부처 회의에서 내년 초 경제 위기 심화를 걱정하며, “공기업 부채 문제에 선제적 대응” 운운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그간 지배자들이 주문해 온 “공공 사업의 최소화”, “강도높은 공기업 구조조정”일 것이다.
정부가 철도공사 사장 재공모에서 과거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자들을 추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의 총애”를 받으며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새누리당 최연혜는 철도공사의 초대 부사장을 역임하며 ‘수익 구조’ 전환을 위한 조직 개편 등에 나섰던 자다. 충실한 ‘MB맨’으로 꼽혀 온 이재붕도 철도청의 상하분리(철도공사와 시설공단으로의 분리)와 공사화를 추진하며 분할 민영화의 기초를 닦았다.
따라서 이들이 내부 면접에서 국토부에 ‘무조건 충성’을 외치지 않았다고 해서, 신자유주의 구조개편에 대한 이들의 신념을 우습게 봐선 안 된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철도 민영화 추진의 적임자를 낙점하는 낙하산 ‘코드 인사’를 단행할 게 너무나 자명하다. 정부는 철도공사 사장 선임이 끝나는대로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등을 위한 절차에 착수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사측의 관련법 개정 추진, 야비한 거짓말과 꼼수, ‘코드 인사’, 구조조정 시도 등에 맞서며 민영화 저지 투쟁의 대열을 결집시키고 파업 태세를 갖추자. 강력한 투쟁의 힘이 뒷받침될 때, 정부의 미친 질주를 저지할 수도, 국회에서 민영화 추진의 진실을 들춰내며 정부를 궁색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