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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회비 불법 판결과 재정회계법 추진:
교육재정 확충으로 기성회비 폐지하라

국·공립대 고액 등록금의 주범인 기성회비가 연이어 법원에서 불법 판결을 받음에 따라 기성회비 폐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공립대학들은 대폭 인상하기 어려운 수업료 대신, 실체가 없는 ‘기성회’를 만들고 입학료와 수업료의 세 곱절(전체 등록금의 75퍼센트)에 이르는 돈을 기성회비 명목으로 부당하게 걷어 왔다.

국립대들이 기성회비를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올려 온 것은 정부의 국고보조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립대 회계에서 국고보조금 비율은 1997년 61.5퍼센트에서 2012년 47퍼센트로 크게 줄었고, 같은 시기 등록금 비율은 31.5퍼센트에서 39.2퍼센트로 높아졌다.

임금 삭감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라 9월 13일 국공립대 교직원 생존권 사수를 위한 기자회견 ⓒ사진 출처 전국대학노동조합

그런데 기성회비 불법 판결에 대한 대책으로 교육부는 기성회비의 일부로 지급하던 교직원 수당을 삭감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정부의 지침대로라면 국립대 직원들은 1인당 연봉이 9백90만 원가량 깎이게 된다. 고액 등록금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부당하게 떠넘기는 일이다.

위선

게다가 교육부는 “기성회 회계에서 수당을 보조하느라 학생 등록금 부담이 가중된다”며 학생과 교직원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 진정한 책임 당사자인 교육부는 은근슬쩍 발을 빼면서 말이다. 심지어 교직원 수당을 삭감해 줄어드는 등록금은 고작 학생 1인당 5만 원에 불과해 이조차도 생색내기다.

교육부는 국립대 교직원들에 대한 임금 삭감을 밀어붙이면서 기성회비를 폐지할 것처럼 말했지만, 이것은 분노할 만한 위선이다. 교육부는 임금 삭감과 함께 기성회비를 형태만 바꿔서 사실상 합법화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기성회비 지침을 내린 지 일주일 뒤에 ‘국립대 재정회계법’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올 연말께 기성회비 반환소송 2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국립대 재정회계법안 처리가 시급하다” 하고 말했다.

재정회계법은 기성회 회계와 국고회계인 일반회계를 통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성회비는 기존 등록금과 합쳐져 오히려 합법적인 등록금이 돼 버린다. 한마디로 회계상에서만 기성회비가 사라지고 등록금은 전혀 줄지 않는 ‘눈 가리고 아웅’식 대책인 것이다.

게다가 ‘재정회계법’은 국립대학도 사립대학처럼 이월금을 남겨 적립금을 쌓고, 수익사업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립대 법인화의 길을 닦는 법이다.

국립대 직원들은 지난달부터 전국 39개 국립대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대규모 상경투쟁을 진행하면서 싸우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노동자들의 항의를 묵살하고 오히려 교육부 방침을 어긴 대학 관계자들을 징계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에게 고액 등록금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임금 삭감을 강요하는 정부에 맞서 싸우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이 투쟁은 ‘반값 등록금’을 약속받았지만 배신당한 학생들의 투쟁이기도 하다.

정부의 이간질과 책임 전가에 맞서 학생과 교직원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싸워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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