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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66차 전국대의원대회:
총투표로 넘겨졌지만 규약시정명령 거부 입장도 상당한 지지를 받다

9월 28일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최근 정부의 전교조 공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규약을 시정하며 해고자를 내치지 않을 경우 전교조의 노조설립을 취소하겠다는 정부의 통보에 대해 대의원들의 분노와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대의원대회는 재적 대의원 4백41명 중 70퍼센트가 넘는 3백13명이 모여 역대 가장 높은 참가율을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의 노조설립 취소 공격에 대해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하는 안이 통과됐다.

규약시정명령과 관련해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가 제출한 안은 “총력투쟁을 결의하고, 10월 19일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다”였다. 이에 대해 수정안이 3가지 제출됐다.

먼저, 조수진 외 대의원 26명은 “9월 28일 대의원대회에서 정부의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고, 총력투쟁을 조직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들 중 많은 대의원들은 지난 2월 대의원대회에서도 정부의 공격에 맞서 규약시정명령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자고 수정안을 제안했었다. 그리고 이후 7개월 동안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는 교사 1천8백 명의 현장선언을 조직한 바 있다.

지도부의 원안은 정부가 예고한 기간이 20여 일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그 결정을 미루자는 안으로 공격에 맞서 효과적인 총력투쟁을 벌이기가 어려운 미흡한 안이었다.

따라서, 이 수정안은 “우리는 정권의 부당한 규약시정명령 및 노조결격사유시정명령을 단호히 거부한다. 따라서 해고자 조합원 인정 규약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전 조합원 총력투쟁을 조직해 정권의 탄압에 당당하게 맞설 것을 결의하자” 하고 주장했다.

이에 많은 대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이 문제를 “조합원 총투표”에 붙이자는 수정안도 두 개가 제출됐다. 하나의 수정안은 ‘참교육실천연대’(참실련) 경향의 일부 대의원들이 제출한 안이었다.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아들여 규약 부칙 5조 2항을 삭제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를 조합원 총투표에 붙이자는 내용이었다. 또 하나의 수정안은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교찾사) 경향의 일부 대의원들이 제출한 안으로 “정부의 시정명령을 거부할 것인가? 수용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었다.

두 안은 총투표를 묻는 문안에서 찬성과 반대의 순서가 달랐다. 또 후자의 수정 취지 설명에는 시정명령을 거부하는 이유와 공무원노조의 교훈이 포함돼 있었다. 그럼에도 두 수정안은 조합원 총투표를 제안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그래서 김정훈 위원장은 두 안을 단일화시킬 것을 주문했다.

결국 두 수정안은 “원안의 총력투쟁 기조 하에 노동부의 요구 사항에 대한 수용 여부를 총투표에 부의한다”로 단일화됐다. 그리고 이 안이 통과됐다. 이렇게 차이가 있는 수정안이 절충적으로 통과가 되다 보니 대의원대회 이후 “총력투쟁의 기조하에서의 총투표”라는 것이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는 선동이 포함된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정부의 공격이 있었던 2월부터 규약을 개정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은 첨예했고 참실련과 교찾사 모두 공식적 입장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특히, 전교조 내 좌파 의견그룹으로 불리는 교찾사조차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입장을 결정하게 되면 조직이 분열될 수 있다는 논리로 거부입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좌충우돌 해 왔다. 결국, 두 의견그룹 모두 입장을 결정하지 못한 채 그 결정을 조합원들의 총투표에 떠넘긴 것이다.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할 것이냐? 총투표냐?

대의원대회의 최대 쟁점은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거부 입장을 결정할 것인가? 아니면,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을 넘길 것인가?’ 였다.

많은 대의원들이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하자는 안의 위험성에 대해 질의와 반론을 펼쳤다.

투쟁을 건설할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요구를 거부할지, 수용할지 묻기 위해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무엇보다 대의원들이 판단하지 않고 조합원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떠넘기는 회피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실, 대규모 투쟁이 일어나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충만하고 강력한 거부 선동과 함께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벌어지는 조건에서라면 총투표는 조합원들의 저항 의지를 굳건하게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정세가 만만치 않은 조건 속에서 조합원 개개인의 투쟁의지에 기대 운동을 건설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지난 2월 정부가 규약 개정 압박을 가한 이래, 지도부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조합원들 속에서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는 주장과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무기명 비밀투표는 조합원들을 원자화시킬 것이고 따라서 조합원들의 불균등한 의식이 투표 용지에 표출될 공산이 클 것이었다.

따라서 지금 시기 총투표 전술은 직접민주주의의 환상 속에서 대의원들의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현장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충만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활동가들이 분명한 거부 입장을 결정하고 조합원들을 총력투쟁 할 수 있도록 선동할 기회를 마련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두 번째 논점은 공무원노조에 대한 평가였다. 공무원 노조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규약을 고쳤지만 정부는 또 다른 트집을 잡으며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몇몇 대의원은 공무원노조의 경험을 말하며 단서조항 등 해고자 문제를 분명하게 해결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는 실용주의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조수진 대의원은 “공무원노조는 규약 개정을 단행했지만 노동부는 설립신고를 반려했다”며 “정부는 하나를 받아내면 더 많은 것을 공격할 것이고 공무원노조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규약시정을 거부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목표는 노동부가 조합원 총투표에서 2/3가 찬성하지 않으면 규약 개정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데서도 드러난다. 정부의 칼날은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이 목적을 달성하려고 전교조를 최대한 흔들고 혼란에 빠뜨릴 갖은 공작을 할 것이다.

마지막 논점은 ‘총투표를 통해 규약을 개정하려면 과반을 획득해야 하는가? 2/3의 찬성을 획득해야 하는가?’였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전교조 규약에 따라 과반의 찬성을 획득하면 규약을 개정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런 해석과 달리 노조관계법과 노동부에서는 규약 개정에는 2/3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차이는 향후 커다란 논란과 혼란을 자아낼 수 있다. 실제로 전교조의 진퇴가 걸린 이토록 중요한 사안을 과반 찬성으로 처리하자는 생각은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총투표에서 “거부”가 이길 수 있도록 해야

많은 논란 끝에 총투표를 붙이자는 안이 69.2퍼센트(2백92명 중 2백2명)로 통과됐다.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고 투쟁하자는 수정안은 22.8퍼센트(2백90명 중 66명)를 얻었다.

현재 정세가 만만치 않고 1998년 전교조 합법화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서도 23퍼센트의 대의원들이 1차 시험대에서 매우 단호한 입장에 섰던 것이다. 이들과 거부입장이면서도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조합원 총투표를 지지한 대의원들이 이제부터는 함께 조합원들 속에서 강력한 거부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총투표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거부와 개정의 논리가 치열하게 논쟁될 것이다. 총투표의 위험성은 바로 개정파들을 결집시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는다는 점에 있다. 개정파들은 2월 이후 한번도 공식적으로 개정 입장을 밝힌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참실련 경향의 일부인 ‘전교조의 전망을 고민하는 교사 일동’의 이름으로 사실상의 개정 입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정부의 탄압을 막아낼 사회정치적 힘이 현저히 부족한 조건에서 법외노조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총투표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개정파의 논리를 반박하고 거부선동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현재 많은 조합원들이 전교조 규약에 대한 공격은 해고자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박근혜는 다가오는 경제위기 속에서 노동계급에게 그 고통을 전가시키겠다는 큰 그림 속에서 전교조에 대한 공격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저항의 출발점은 10월 16~18일에 실시되는 조합원 총투표에서 정부의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는 입장이 채택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거부 입장의 활동가들이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주장과 활동을 공유하고 세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저들과 우리 운동의 눈이 일제히 전교조에 쏠려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거부 입장의 활동가들의 단호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과 활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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