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 마녀사냥 이후에도 박근혜의 공세는 채동욱 찍어내기, 전교조 법외노조화, 각종 복지 공약 파기,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NLL 대화록 공세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NLL 대화록 ‘사초 실종’ 공격에 앞장선 것은 검찰이었다. 채동욱을 찍어낸 효과가 금방 나타난 것이다.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지지율이 하락했는데, 이는 8월 초를 떠오르게 한다.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고 ‘노동자 증세’를 발표한 직후 지지율이 급락했는데, 이번에도 기초연금 공약을 파기한 여파다.
그런데 박근혜는 여전히 더 많은 공약 뒤집기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한 반감이 정치적 급진화로 발전할 수 없도록 마녀사냥을 벌일 필요는 여전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전통적인 지배이념인 ‘안보’와 ‘성장’을 되살리고 우파 지지층을 묶어두려는 것이다.
그러나 ‘유신 스타일’은 살려도, ‘유신체제’를 살릴 수는 없는 박근혜에게는 국회와 그 안에서 새누리당의 구실이 여전히 중요하다.
무리수를 두면서 비리정치인의 대명사인 친박 서청원을 국회로 복귀시키려는 것은 새누리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포석일 것이다. 그런데 곰팡이 피고 악취나는 인물들에 의존해 친정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도 박근혜의 모순이다.
문제는 정치적 반대파들이 박근혜의 약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외에 나왔던 민주당은 NLL 공세와 통합진보당 마녀사냥에 굴복해, 백기투항하듯이 국회로 복귀해 버렸다.
이러니 박근혜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좀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공백을 파고들어야 마땅한 진보정당들은 분열과 우경화 때문에 좀처럼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 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운동은 마녀사냥의 타격 속에 정체해 왔다. 운동의 지도자들이 민주당에 의존하고 쟁점 확대를 주저하면서 이미 기회를 놓친 면도 있다.
물론 우리는 이 운동이 이미 박근혜의 정통성에 흠집을 내고, 정권 내부에 균열을 일으키는 정치적 성과를 남겼다는 점도 봐야 한다.
다행히 최근 복지 후퇴, 전교조 탄압, 민영화 등을 놓고 공동 대응을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월 1일엔 이런 다양한 의제의 연대체들이 모여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은 이런 흐름을 10월 26일 대규모 공동 집회로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런 투쟁들을 정기국회 기간에 민주당에 힘을 실어 주는 용도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이런 대중투쟁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공동투쟁체 건설로 나갈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