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파업으로 파업 효과와 단결을 극대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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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는 민영화 반대뿐 아니라 임금 인상, 해고자 복직 등 현안 요구들을 함께 내놓고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80퍼센트로 가결했다. 이런 요구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등을 위해 꼭 필요한 사항이므로, 마땅히 현안 문제를 함께 걸고 투쟁해야 한다.
그런데 철도노조 지도부는 이런 요구들을 결합시키면서 파업의 ‘합법적 절차’를 밟아나가려는 듯하다. 임금 인상 요구는 정부가 금지하는 ‘정치 파업’의 쟁점이 아니니, 임단협을 명분으로 ‘합법적 파업’, 즉 필수유지업무제를 지키는 이른바 ‘필공 파업’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구의 결합과 필공 파업 전술은 별개 문제다. 파업 전술에서는 무엇이 효과적인지가 핵심 고려사항이 돼야 한다.
물론 예상되는 정부의 ‘불법 파업’ 십자포화에 맞서 노조의 정당한 쟁의권 행사라는 명분을 얻고자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특히 ‘필수유지업무제도’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쟁의권조차 사실상 무력화하는 악랄한 제도다. 정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요금 폭등, 안전 사고 등을 낳을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가 ‘공익’을 말할 자격은 없다.
그럼에도 필공 파업은 파업의 효과 면에서 부족함이 많다.
일단 노조가 ‘합법적’ 명분을 위해 필공 파업을 한다 해도, 민영화 반대라는 정치적 문제가 걸린 이상 이번 파업에는 무조건 ‘불법’ 딱지가 따를 것이다. 2009년에도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철도 노동자들을 탄압한 바 있다.
무엇보다, 필공 파업은 충분한 힘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결정적 약점이 있다. 2009년에 철도노조는 9일 동안 역대 최장기 파업을 벌였는데도 열차를 마비시키기 어려운 한계에 봉착했다. 조합원의 절반 가량이 파업에 참가할 수 없고, 철도 운행의 핵심 부분인 KTX와 수도권 전동 열차 등 여객 열차의 운행을 마비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유지를 받아들이면, 파업 참가가 금지되는 노동자들과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 사이에 단결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도 효과적이지 않다.
따라서 많은 철도 노동자들이 지적해 왔듯이, 전국 교통망을 마비시킬 정도로 단호하게 전면 파업을 벌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대담하라, 대담하라, 대담하라” ─ 당통
물론 전면 파업에 돌입했을 때 쏟아질 비난과 탄압의 총공세에 대한 철도노조 지도부의 부담은 상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정부와의 정면 충돌은 피하고자 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철도에서부터 공공부문 민영화와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고, 따라서 노동자들이 굴복하지 않는 이상 파업은 효과를 내려면 어떻게든 정면 충돌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철도 노동자들의 어깨에 놓인 짐이 무겁겠지만, 강력하고 단호하게 맞서 승리를 쟁취하지 못하면 파업 성과를 보장하기도 어렵다. 결국 효과를 극대화한 파업을 해야 승리할 수 있고, 승리해야 탄압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부 동지들은 전면 파업을 하면 우리 편의 지지 여론이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결코 결정돼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충돌이 커질수록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사회적·정치적 논란이 거세게 일어날 것이고, 이 논쟁에서 우리 편은 결코 불리하지 않다.
박근혜도 민영화가 인기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사코 ‘민영화가 아니다’ 하고 우겨 온 것이다. 전교조 교사들이 법외노조화를 감수하고 시정명령을 거부한 것은 고립은커녕 지지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간 기반을 잘 다져 놓은 기층의 대책위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효과는 별로 없이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저들은 대체 인력을 투입해 파업 효과를 떨어뜨리고 이러저러한 역공을 취할 온갖 기회를 더 쉽게 발견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직력이 충분치 않아 필공 파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껏 노조의 전면 파업 호소에 부응해 현장을 조직해 온 적지 않은 지부장과 활동가들이 있다. 오히려 지금의 필공 파업 논란은 이런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에게 혼란을 주는 부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지역·직종·지부별 편차가 있겠지만, 철도 민영화 저지라는 만만치 않은 요구를 성취하려면, 단호한 활동가들이 비교적 자신감이 덜한 조합원들을 독려하고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서울·용산·청량리 기관사 지부장들이 공개적으로 전면파업 호소문을 발표한 것은 의미가 크다.
게다가 올해 내내 철도공사의 구조조정에 맞선 직종·지부별 투쟁들은 적잖은 승리를 거두는 저력도 보여 줬다.
따라서 이런 가능성을 주목하고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며 전면 파업을 선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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