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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향한 경쟁으로 내몰린 건설노조 덤프 노동자들

전국건설노조가 11월 28일부터 무기한 상경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건설 노동자들이 지난 6월 28일 파업에 돌입하자 정부는 하루 만에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약속을 사실상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건설 현장에 만연한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급보증제도를 법제화했지만, 정부가 감시·감독을 하지 않아 여전히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또, 건설 현장 사고 발생 시 원청사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안전 관리자나 신호수 하나 없이 긴급 수해 복구 작업 중이던 15톤 덤프트럭이 전복돼, 운전하던 노동자가 그 자리에서 10센티미터(!) 깊이의 개울물에 빠져 사망했다. 유족들은 산재보험은커녕 보상 한 푼 받지 못했다.

건설 경기 침체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명분으로 정부는 노동자들과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끌고 있는 것이다.

건설 노동자들은 상경투쟁을 예고하면서 이런 오랜 요구들과 함께, 특히 건설 현장에서 건설자재를 운송하는 화물차량의 규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화물차량 규제가 문제가 되는 이면에는 경제 위기로 건설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건설사들이 그 고통을 건설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는 현실이 존재한다.

건설 경기 침체로 덤프차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전국에 있는 덤프트럭 5만 5천 대의 월평균 작업일수는 10~14일에 불과하다. 건설업체들은 덤프 노동자들의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이용해 바닥을 향한 경쟁을 부추겨, 정부가 고시한 표준 임대료보다 턱없이 낮은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덤프 노동자들은 하루 운임에서 기름값, 보험료, 차량 감가상각비 등을 제하면 10만 원도 되지 않는 일당을 받고 일하면서, 어제는 없는 일자리 때문에, 오늘은 낮은 임대료 때문에 속이 상한다.

건설노조는 2009년부터 정부와 수급 조절을 협의하며 덤프트럭이 더 늘지 않도록 조절함으로써 고용불안과 단가인하 압력에 대응해 왔다. 수급 조절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조건에서 건설사들이 노동자들을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향한 경쟁으로 내몰지 못하도록 하는 불가피한 조처였다.

개조 화물 차량

그런데 최근 몇 년간 12톤 이상의 화물차량이 개조를 통해 적재함을 달고 건설 현장으로 유입됐다. 그들이 골재 토사 등 건설자재를 운반하면서 수급 조절의 효과가 무력화되고, 운임 인하 압박이 커졌다. 개조 화물차량은 한 달에 1백50만 원가량의 유가보조금을 받으므로 그만큼 낮은 운임으로 ‘덤핑’을 할 수 있다.

전체 덤프트럭 수의 20퍼센트에 달하는 1만여 대의 개조 화물차량이 건설현장으로 유입되면서 그들과 건설업체들의 계약이 급증했다. 그러자 덤프 노동자들은 더 극심한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렸다. 게다가 이들 개조 화물차량은 덤프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 종종 비조합원 덤프 노동자와 함께 대체인력으로 투입돼 파업 파괴자 구실을 하기도 했다.

“더는 정부의 거짓말과 책임회피를 참을 수 없다” 11월 10일 전국노동자대회에 앞서 열린 건설 노동자 투쟁 결의 대회. ⓒ이미진

지난 6월 파업 당시 정부는 개조 화물차량 단속을 강화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4개월 만에 이것도 태도를 바꿨다.

그래서 건설노조는 건설 현장에서 골재, 토사 등 건설자재를 운반하는 화물차량에 대한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과 업역구분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로 덤프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억눌러 온 정부에게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정당하다. 정부는 수급 조절이 무력화되지 않도록 업역구분을 제도화하고 실질적인 집행을 위해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그런데 건설자재를 운반하는 화물차량에 대한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도 있다.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요구가 덤프 노동자들과 화물 노동자들을 서로 대립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덤프 노동자들에게도 유가보조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대부분 비조합원인 25톤 덤프와 개조 화물차 노동자들을 장차 조합원으로 조직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표준임대료를 법제화해서 임대료 인하 경쟁을 부추기지 않도록 하는 게 더 나은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덤프 노동자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진정한 주범은, 덤프 노동자들과 개조 화물차량 노동자들의 경쟁을 부추기며 자신의 배를 불리는 데에 혈안이 돼 있는 건설업체들과 이들 편에 서서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정부다.

개조와 과적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며 동료 노동자들과 경쟁하도록 내몰리고 있는 개조화물차 노동자들과 덤프 노동자들이 서로 단결해 싸울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토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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