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지회:
4일간 첫 전국 규모 파업을 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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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했다. 1월 13일, 부산·경남 지역에서 시작된 파업은 순식간에 들불처럼 번지며 전국으로 확산됐다. 전국 곳곳에서 파업을 벌이며 자신감을 쌓은 노동자들은 2월 5일부터 나흘간 최초의 전국적인 파업에 들어갔다. 삼성의 무노조 정책에 파열구를 내며 노동조합을 건설한 노동자들이 삼성과의 본격적인 대결을 시작한 것이다.
그간 사측은 노동조합을 무너뜨리려고 노조원들에게 온갖 폭언을 퍼붓고, 표적 감사를 자행하고, 일감까지 빼앗았다. 이런 악랄한 탄압이 최종범 열사의 죽음을 불렀다. 그러나 최종범 열사의 죽음은 삼성의 노조 탄압과 삼성전자서비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노동자들은 이를 악물고 “민주노조를 지키는 것이 열사의 뜻”이라며 “삼성을 무릎 꿇릴 때까지 싸우고 또 싸우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노동자들이 삼성의 극악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에 나선 것은 켜켜이 쌓여 있는 분노 때문이다. 이정구 분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삼성은 우리를 공짜로 부려 먹은 것이나 다름없어요. ‘분당임금’이라며 일률적으로 건당 수수료를 받았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예요. 같은 냉장고를 고쳐도 들이는 시간이 다른데 무조건 분당 기준을 정해서 그 돈만 주는 거예요. 게다가 차량유지비, 유류비 등 온갖 비용을 다 우리 임금에서 빼요.
“18년 동안 점심시간이라는 게 없었어요. 20분만 주고는 김밥 1줄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성수기에는 주 80~1백 시간까지 일하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급여에 연장수당도 다 녹아 있다며 제대로 임금도 주지 않았어요.”
한 조합원은 사측의 노동 통제가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아침 조회 시간에 공개적으로 자기비판을 하게 해요. 정말 모멸적이었어요. 사실, 우리 잘못도 아니고 특정 고객의 불만을 무조건 우리 탓으로 돌리는 거였거든요. 단지 A/S를 한다는 이유로 ‘미안합니다’를 달고 살아야 했어요”
형편없는 임금에 대한 불만도 크다. 홍성도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해가 갈수록 오히려 임금이 줄었어요. 비수기는 견디기 힘들어요. 건당 수수료 다 받으면 1백만 원인데 거기에 기름값 떼고, 뭐 떼고 하면 30~40만 원밖에 못 받아요. 우리는 휴일수당도 못 받았어요. 떼인 임금도 많고요. 휴일에도 나와서 대기하다가 한 건도 수리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때도 있었어요.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하는 노예, 종이었어요”
최소한의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려면 성수기에는 죽도록 일하고 비수기에는 배를 곯아야 하는 건당 수수료 체계가 아니라, 월급제로 임금체계를 바꾸고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탄압을 중단하고 노동조합과 성실히 교섭해 단협을 체결하라는 것은 법으로도 보장돼 있는 기본적인 요구다.
실질적 사용자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는 노동자들이 협력업체에 고용돼 있으므로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발뺌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채용, 노동조건, 교육, 해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삼성전자서비스 본사가 관리한다. 명백한 위장도급이다.
또한 노동자들이 삼성전자 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삼성전자의 제품을 수리하는 동안 ‘세계 최고의 A/S’를 자랑하며 이윤을 쌓아 온 것도 삼성전자다.
따라서 삼성전자서비스와 그 모기업인 삼성전자가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다.
그동안 삼성은 막대한 부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정·재계, 언론, 법조계 등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다. 그러나 삼성의 ‘신화’는 이건희의 ‘뛰어난 리더십’이 아니라 국가 권력과 유착한 부패와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탄압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대학들을 줄 세우기 하려던 삼성의 시도가 사회적 비난을 받아 좌절되고,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후원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재 문제를 다룬 영화가 개봉된 것처럼 삼성의 ‘초일류’ 만행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은 매우 크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삼성의 본질을 폭로하고 삼성에 맞선 투쟁을 자극하는 중요한 기폭제가 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다른 삼성 계열사 노동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이는 전체 노동운동이 전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김선영 분회장도 이 점을 힘줘 말했다.
“삼성에 맞설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그동안 삼성은 우리를 개 취급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우리가 더는 시키는 대로 하는 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삼성의 심장과 머리를 물어뜯을 겁니다.”
삼성이 그토록 집요하게 노조 설립을 탄압하는 것도 삼성에 맞설 수 있는 진정한 힘이 바로 삼성의 이윤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서 노동자들이 최초로 대규모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파업에 나서면서, 노동조건이 조금씩 개선되고 노동자들의 의식도 성장하고 있다.
의식의 성장
“울산은 1월 18일 첫 파업을 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조합원들도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막상 파업에 들어갔을 때는 분위기가 참 좋았고, 이제 뭔가가 진행이 되는구나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변화를 느낍니다. 근로기준법에 맞는 최저임금을 지키고 있고, 잔업수당, 연장수당, 휴일수당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차량과 기름값도 개인이 부담했는데 3월부터는 차량과 유류비가 나온다고 합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에는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노동조합을 해 보니 또 다른 세상을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노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전국에 있는 삼성의 노동자들이 노조로 인해 힘을 받고 정당한 권리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투쟁해 나갈 계획입니다.”(조병훈 대의원)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처음으로 명절에 쉬어 봤어요. 토요일, 일요일 근무도 안 하게 된 것도 노동조합 만들고부터고요. 주5일제가 이렇게 좋은 건지 이제야 알았어요.” (홍성도 조합원)
“저는 제 직장을 걸고 싸울 거예요. 고용 유지가 생명과 같은데 저는 그걸 걸고라도 싸울 거예요. 쉽게 이기지는 못할 겁니다. 긴 시간 동안 노조를 인정 안 해 온 회사니까요. 고통스럽고 긴 싸움이어도 투쟁으로 노동자들의 삶만 아니라 삼성도 바꿀 겁니다.
“노조를 만들고 센터 관리자의 언행, 업무 지시 태도 등이 확연히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폭언을 일삼았는데 이제는 적어도 관리자들이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해요. 점심시간도 없어서 알아서 시간을 쪼개서 먹었는데 지금은 점심시간이 생겼어요. 조합원들이 말하니까 비조합원들에게도 점심시간을 줬어요.
“그동안 부당해도 숨죽였지만 이제는 부당하다고 표현할 수 있게 됐어요. 꼭 승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두렵기도 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습니다. 열심히 할 겁니다.” (안형준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