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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주의의 위기와 마녀사냥

최근 ‘e-나라지표’를 통해 공개된 공식 통계를 보면, 국가보안법 기소율과 구속율 모두 2011년부터 다시 증가 추세다.

특히 박근혜 정부 첫 해인 2013년 기소율은 1997년 이후 처음으로 80퍼센트를 넘겼다. 구속자 수(38명)와 기소 건수(94건) 자체도 이명박 때(연평균 구속자 22.2명, 기소 55.8건)보다 증가했다.

기소권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의 본색 드러내기가 특히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국가기구의 강경화 추세는 국내에서 경제 위기, 지정학적 위기 등을 배경으로 자라나는 통치자들의 위기감과 초조함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자본주의는 지난 몇 년간 대체로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 덕을 보며 버텨 왔다.

종속변수

그러나 회복되지 않는 세계경제 위기에서 나홀로 탈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에서 비롯한 최근 신흥국 위기는 한국 경제에도 경고등을 울리고 있다.

이런 처지에 국가재정 문제가 시급한 쟁점이 됐다. ‘공공부문 정상화’와 ‘민영화’ 문제가 시급해진 이유다. 한국 정부 자신이 경기부양으로 인플레를 용인했으므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도 커져 왔다.

이런 다급함 때문에 박근혜는, 한두 해 전부터 조금씩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조직 노동운동 전반을 동시다발로 공격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박근혜로선 노동운동과 본격 대결을 시작하기 전에 견제구를 날려야 할 뿐 아니라, 급진 좌파들의 노동운동 개입에도 대처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그래서 저들은 갈수록 대안으로서의 매력을 잃어가는 친북사상을 단죄의 이유로 내세움으로써, 탄압의 계급적 성격을 은폐하고 심지어 진보정치 세력 안에서 분열을 유도하려 한다.

이에 더해, 남한 통치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강대국들의 갈등 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대북 적대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상황이 주는 효과도 무시해선 안 된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각별히 친북사상을 문제 삼아 남북 간 전쟁시 내부 반란 위험을 과장한 것도 시사적이다.

그러므로 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제국주의 간 갈등 모두에서 종속변수인 한국 통치자들의 불안감은 ‘외부 위협과 연계된 내부 세력’이라는 속죄양을 계속 찾게 만들 것이다.

최근 ‘NLL 발언’을 이유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박창신 신부를 정식으로 수사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2·25 총파업

이번 탄압과 최근 우익의 공세에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증거가 불충분해도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기대하기는 힘들다(선고일 2월 17일). 만에 하나 내란 음모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국가보안법은 유죄가 나올 것이다.

그러므로 진보정치 세력과 노동운동은 단호하게 내란음모 피고인들의 처벌에 한 목소리로 반대해야 한다. 다행히 10만여 명이 구속자 석방 탄원 운동에 동참했다.

초조해진 박근혜가 조직 노동운동 곳곳을 동시에 공격해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저항이 일반화된 전국적 저항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박근혜는 그럴수록 신경질적으로 나올 것이다.

조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그랬듯 이번에도 박근혜의 교란·위축 시도에 흔들리지 말고 ‘2·25 총파업’ 등 자신의 의제를 앞세운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좌파도 기여해야 한다.

그런 투쟁이 성공적일수록 저들의 강경한 공세는 쓸모를 잃고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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