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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 이윤 경쟁이 내장된 자본주의 체제에선 재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근혜도 책임 있다

5월 9일 새벽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청와대 앞에 주저앉았다.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진상을 밝혀 달라고 하소연하고 싶었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고도 싶었다.

그러나 ‘부모를 흉탄에 잃은 사람으로서 가족의 아픔을 이해한다’던 박근혜가 하소연하러 온 유가족들에게 들이댄 것은 따뜻한 위로와 환대가 아니라 방패 든 경찰 1천여 명과 경찰 차벽이었다. ‘무능한 엄마·아빠여서 미안하다’며 땡볕을 가릴 천막도 양산도 마다하고 길바닥에서 면담 요청 결과만 기다린 유가족들에게 박근혜는 물 한 모금, 방석 하나 주지 않았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5월 10일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국민촛불행동’에는 2만여 명이 모였다. ⓒ이윤선

대신 그 시각에 박근혜는 각료들을 모아 놓고 민생대책회의라는 것을 열었다. “이번 사고로 인해 서민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 불안이나 분열을 야기하는 일은 국민 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도 했다. 유가족과 서민 대중(민중)을 이간시키려 한 말들이다.

또한 ‘많은 아이들 목숨보다 기업주들의 돈벌이가 더 중요하다’고도 선언한 것이다. 이 말은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의 비통한 심장에 가시를 박아넣었다. 이 가시는 기업 규제 완화를 위해 빼낸 기업주들의 손톱 밑 가시였을 것이다.

박근혜의 발언이야말로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자본주의 체제와 그 국가의 우선순위는 기업 이윤에 있지, 평범한 다수의 생명과 안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윤을 위한 맹목적 돌진 과정에서 국가와 자본의 탐욕·부패·무책임이 쌓이고 쌓여 노동계급의 자녀들, 승객과 일부 선원들을 직접·간접으로 살해한 사건이다.

이는 작업 중에 다친 노동자에게 들어갈 산업재해 보험료를 아끼려고 119 구급차를 부르지 않아 결국 죽게 만든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 사고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은폐 범죄와 다르지 않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때 진실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해 수백만 명을 위험에 처하게 한 간 나오토 일본 정부의 범죄와 다르지 않다.

박근혜의 발언은 이윤 지상주의에 대한 지배자들의 강박적 집착을 보여 준다. 또한 ‘국가 개조’에 나서겠다는 박근혜의 발언은 가증스럽게도 국가 불신 정서를 역이용해 공무원과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겠다는 말로 들린다.

분노

청와대 앞 농성이 정권책임론을 더 자극할까 봐, 박근혜 정부는 KBS 사장의 사과를 지시하는 양보 제스처도 취했다. 그리고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와 일부 선원들을 살인죄로 기소해 속죄양 삼고 있다.(물론 모든 속죄양이 죄가 없는 건 아니다.) 이 정도로 대중의 분노가 진정이 안 될 것이므로 해경에서도 속죄양이 일부 나올 것이다.

이런 일들은 참사 전 박근혜의 ‘높은’ 지지율과 달리 이 정권이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실제로, 5월 10일 안산과 서울 등지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는 합쳐서 3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 5월 17일 서울 집회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박근혜는 5월 14일, 쌍용차 대한문 농성 시위자들에게 불법 시위 3진아웃제를 적용하겠다고 협박했다. 명백히 참사 항의 시위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 주력해 온 철도와 의료 등의 민영화 반대, 작업장 안전, 핵발전 중단,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의 의제들은 하나같이 이윤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문제들이다.

자본의 이윤 동기에 제동을 걸 능력이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계급 고유의 투쟁 방법을 사용하며 저항의 중심에 서야 하는 이유다. 노동계급은 자신의 의제들이 이 사회의 보편적인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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