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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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첫날부터 구조본부 해경 인력의 5분의 4가 구조가 아니라 유족 감시와 의전에 배치된 것은 현재의 국가가 무엇에 관심이 많고, 무엇에 관심이 적은지 보여 준다.
국가의 우선순위는 기업주들의 착취와 이윤 축적을 보장해 주며 계급 지배 질서를 유지하는 구실이다.
바로 이 때문에, 연간 예산이 1조 원이 넘고, 국가간 경쟁과 연관된 대형 경비함에는 2천억~3천억 원을 쓰는 해경이 안전장비 구입에는 20여억 원밖에 배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구조장비가 없는 해양경찰서가 40퍼센트나 된다. 전용 헬기가 없어서 해경의 정예 특수구조대원들이 공항 두 곳을 거쳐 가느라 배가 다 가라앉은 뒤에야 사고 현장에 도착한 일은 희극적 비극이었다.
장비와 예산이 없으니 해경 대원들은 반복된 훈련으로 안전 관리나 구조에 숙달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제주와 진도의 관제센터에서 그리고 구조 현장에서 허둥지둥한 것은 사실상 ‘준비된 무능’이었다.
중앙 정부의 공공지출 삭감도 한 구실을 했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는 재정 위기를 이유로 예산 절감을 요구해, 각 지방 해양경찰청의 수색구조계가 폐지됐다. ‘인명 구조, 선박 인양, 수난구호명령, 충돌·좌초·전복·선박 화재 대처’를 맡은 부서가 가장 먼저 없어진 것이다.
사고 직후 한시가 급한데도 비용 문제를 들어 크레인 요청을 청해진해운에게 떠넘긴 일은 정부의 긴축 재정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잘 보여 준다.
그런데도 1백40억 원이 들어간 해경 고위층 전용 골프장은 지어졌다. 이곳은 해경 고위층이 중앙 정부 관료, 국회의원, 선박회사 소유주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할 목적으로 사용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커넥션이 수반한 양상들이 더 중요하다. 그것은 정부와 국회가 선박회사들을 위해 안전 규제를 풀어 주고, 민영화로 이 부패 고리를 보강해 왔다는 것이다.
이명박의 선박연령 규제 완화만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도 선박의 과적과 화물 결박 현장 점검을 문서 제출로 대체하게 했고, 선장의 선박 안전관리 보고와 내부 심사 의무를 없앴다.
또한 안전관리·구조까지 법정 민간단체가 하도록 해 놓고, 퇴임한 관료들과 선박회사 소유주들이 이 단체에서 함께했다. 해운조합, 한국선급, 해양구조협회 모두 이런 단체다. 이런 네트워크 속에서 청해진해운 같은 선박회사들은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며 이윤을 벌었던 것이다.
그래서 최근 8년간 20년 이상 된 선박 수는 7배(6척→42척)로 늘었다. 그 결과, 2009년부터 해양사고가 7백~9백 건에서 1천7백~1천9백여 건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는 경제 위기 때문에 노후 선박이 늘어나고 더 많은 과적을 한 결과로 보인다. 이런 사고 증가에 대한 경고가 있었는데도 오히려 정부는 안전 예산과 인력을 줄여 왔다.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난 국가의 부패와 무책임은 현 국가의 정당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