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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쥐어짜는 간접고용 — 이윤 몫 증가의 한 비결

IMF를 불러들인 1997~99년 위기 이후에 대기업들은 일부 업무를 분리해 분사 또는 자회사 형태의 전담기업을 만들고, 전담기업은 다시 하청업체에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을 광범하게 채택해 왔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하청업체들을 통제해 업무의 연계성은 유지하면서도 노동비용을 대폭 절감해 이윤을 높이고자 했다. 이는 정리해고제와 파견제 도입 같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뒷받침됐다.

그 결과 실제로, 대기업에 고용된 노동자 수가 크게 줄고 비정규직과 외주 노동자 비중이 급속히 늘었다. 이런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들은 인건비 비중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경기변동에 따라 고용 규모를 조정해 불필요한 노동비용을 줄이고, 정규직과 동일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에게 절반 정도의 임금만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삼성전자가 “IMF 위기” 이후 취했던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애프터서비스 전담기업인 삼성전자서비스를 만들었고, 삼성전자서비스는 대부분의 수리 업무를 하청업체에 위탁했다. 삼성전자는 애프터서비스라는 중요한 업무를 담당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외주화함으로써, 인건비를 대폭 절감하고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엄청난 이익을 누려 왔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끈질긴 저항에 부딪혔다.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투쟁에 나서면서, 삼성이 이들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진짜 사장이면서도 명목상의 고용주, ‘바지사장’을 중간에 끼워넣어 노동자들을 열악한 조건에 몰아넣고 있음이 널리 알려졌다.

진짜 사장, 바지 사장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가 엄청난 이윤을 누리는 동안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건당수수료라는 임금 체계 탓에 비수기에는 최저임금도 안 되는 저임금에 고통받고,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던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투쟁은 인건비를 줄여 이윤을 높이고자 노동자들을 쥐어짜 온 삼성 재벌에 맞서는 중요한 투쟁이다. 삼성계열사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들의 투쟁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노동자들이야말로 삼성 재벌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는 세력이다.

또, 삼성뿐 아니라 다단계 하도급으로 이익을 누려 온 기업들과 그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에게도 이 투쟁은 중요하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은 하청(하도급), 파견, 용역, 위탁 등 간접고용이라는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들을 크게 고무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결성된 지 1년이 안 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이 건당수수료 폐지와 생활임금, 노동조합 활동 보장 같은 요구를 성취한다면, 이것은 삼성 재벌에 맞서는 투쟁에서나 간접고용의 열악한 조건을 개선하는 투쟁에서 큰 진전을 뜻할 것이다.

이 투쟁을 오롯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만의 몫으로 남겨둬서는 안 되고 더 많은 노동자들의 지원과 연대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사내하도급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는 사내하도급의 엄격한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삼성전자서비스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사내하도급법을 ‘정몽구·이건희 보호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 법이 통과되면 간접고용이 더욱 늘어 전체 노동계급의 처지가 악화할 수 있다.

이처럼 정부가 선명히 편들기를 하고 나선 상황도 노동계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투쟁에 실질적 연대를 건설해야 함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