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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본질과 음모론

‘국가는 국민 안전의 최후 보루고, 국가의 주권자는 국민’이라는 지배적 상식이 참혹한 진실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정당성 위기).

바로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음모론에 관심을 기울인다. 아직 채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결코 국민 모두를 대변할 수 없다. 자본과 노동이 화해할 수 없는 적대 관계를 이루고 있는데, 어떻게 둘 다의 이익을 동시에 대변할 수 있겠는가.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의 지배 질서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구실을 한다. 개별 자본과 국가가 충돌하는 것은 어떤 것이 더 체제 안정에 효과적인지를 두고 다투는 것일 뿐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힘이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자본이 원활하게 노동자를 쥐어짜고 다른 나라들의 자본과 경쟁해 이기는 것 말이다. 국가 안보는 바로 이 과정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 안보도 간접적으로 이윤 지상주의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그래서 해경 예산은 대형 경비정에 치우쳐 있었고, 해경의 인력 배치가 구조보다 유족 감시에 맞춰졌던 것이다. 찾아 달라는 시신은 못 찾으면서 엉뚱하게 염호석 열사의 시신을 강탈해 유골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게 해 버리는 게 경찰의 본질이다.

해경만이 아니라 해양수산부의 안전 예산도 총 예산의 1.7퍼센트에 불과했다.

정부 전체로 보면, 안전과 재난 대처를 위한 예산은 1퍼센트도 안 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찰(9.1조 원), 법무부·검찰(3조 원), 헌법재판소(1.6조 원) 등이 포함된 ‘공공질서 및 안전’ 예산 15조 원을 ‘안전 예산’이라며 눈속임하려다가 망신만 당했다.

이렇게 보면, 왜 세월호 침몰 당시(‘골든타임’)에 왜 구조가 방기됐는지 (음모론의 도움 없이도) 이해할 수 있다. 구조 문제에서 드러난 무능, 부패, 무책임은 저비용 고수익이라는 자본의 십계명과 통치자들의 일상적인 노동계급 천대와 연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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