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과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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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회복 여부에 온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던 때, 삼성 제품을 수리하는 서른네 살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故) 염호석 열사는 유서에 “더 이상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하고 썼다. 지난해 최종범 열사에 이어 벌써 두 명의 노동자가 삼성의 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초일류 기업’ 삼성의 추악한 실체를 낱낱이 폭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매년 수십조 원의 이윤을 얻고 삼성전자 이사들이 50억 원대 연봉을 챙기는 동안, 삼성전자 제품을 수리하는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았다. 고(故) 염호석 동지의 3월 월급은 70만 원, 4월 임금은 41만 원밖에 안 됐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자 사측은 악랄한 탄압을 퍼부었다.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의 일감을 뺏고, 노조 가입률이 높은 센터는 아예 폐업해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심지어 경찰은 폭력을 휘두르며 장례식장에 밀고 들어와 염호석 열사의 시신을 탈취하고는 서둘러 화장시켰다. “노조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해 이곳(정동진)에 뿌려 주세요” 하는 고인의 마지막 유언은 무참히 짓밟혔다.
노동자들은 “세월호에 있는 아이들은 한 달이 지나도록 시신조차 못 찾는 무능한 정부가 노동자의 시신은 신속하게 탈취”했다며 “구조는 등신, 탄압은 귀신”이라고 정부를 규탄했다.
시신 탈취
경찰은 시신을 돌려 달라는 고인의 생모에게까지 최루액을 뿌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를 사과하기는커녕 항의하는 위영일 지회장을 포함해 노조 간부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의 본질이 가진 자들의 부와 권력을 지키는 데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주류 언론도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임을 보여 줬다. 이들은 ‘이승엽 홈런에 이건희가 번쩍 눈을 떴다’는 쓰레기 같은 소식만 앞다퉈 보도했다. 반면 삼성의 노동 탄압에 맞서 자결한 노동자의 소식은 외면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온갖 탄압과 동지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삼성에 맞서 당당히 투쟁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5월 19일부터 전면 파업을 하고 삼성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아스팔트 위에서 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하면서도 노동자들은 “승리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열사의 뜻을 지키는 것이라며 투지를 높이고 있다.
“투쟁해야 교섭도 됩니다”
저들은 고인의 죽음으로 투쟁이 확산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온갖 패악질을 하며 시신을 탈취해 장례를 서둘렀다.
노동자들이 온갖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가자 최근 사측은 교섭을 제안했다. 삼성은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3대 세습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더 키울까 우려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적 곤경에 처해 있는 박근혜 정부도 이 투쟁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삼성측은 비열하게도, 삼성 본사 앞 분향소와 농성장을 철수해야 협상할 수 있다고 노동자들을 능멸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사측을 규탄하며 본사 앞 농성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오히려 더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 대열에 합류하며 기세를 높였다.
곽형수 부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염호석 열사는 죽어서도 헤매고 있는데 우리가 다 죽어도 분향소마저 옮길 수 없습니다. 여기서 옮기라는 전제 조건은 교섭하지 말자는 말과 같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지난해 사측이 최종범 열사 투쟁 때 약속했던 것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또, 4월에 충분한 투쟁의 뒷받침 없이 교섭에만 집중한 것이 “패착이었다”고 반성한다.
지난 10개월간 온 힘을 다해 삼성과 맞서 싸웠던 노동자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투쟁을 이어가는 것만이 제대로 된 교섭도 만들 수 있다”(통영 조합원)는 것을 알고 있다.
광안의 한 노동자는 힘주어 말했다. “(농성장 철수는) 재고의 여지도 없는 일이었어요. 사실 최종범 열사 투쟁도 아쉽게 제대로 끝내지 못했거든요. 이번에는 제대로 해야 합니다. 삼성에게 확실한 걸 받아야 해요.”
노동자들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은 곧 입증됐다.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당분간 교섭은 없을 것처럼 노동자들을 협박하던 사측은 3일 만에 조건 없이 교섭에 나서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전진
노동자들은 한데 모여 파업하면서 서로 격려하고, 경험 속에서 배우고 있다. “단결과 연대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노동조합 활동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람들인데 지금은 우리 동지들이에요. 힘들 때도, 슬플 때도 함께하잖아요.”
“숨 막힐 정도의 탄압도 있었고, 장례식장에서 경찰이 달려들 때 무섭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무섭지 않아요. 모두 한목소리를 내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함께 투쟁하는 선배들이, 동지들이 자랑스럽습니다.”(영등포 조합원)
또, 노동자들은 그간의 투쟁으로 얻은 것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노조 설립 전에 싸워 장거리 수당을 받아냈고 이때 노동자들에게 신뢰를 얻었어요. 노조 결성 이후 연차수당 등 사장이 떼 먹은 돈 1억 5천만 원도 돌려받았죠. 노조가 싸우면 성과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줬고 조직력이 탄탄해졌어요.”(김해 조합원)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파열구를 내며 전진하는 노동자들은 삼성이 결코 무적이 아님을 보여 주고 있다.
투쟁 기금을 보냅시다!
계좌 754-20-083257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최경환 (삼성전자서비스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