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군부 쿠데타에 맞서 저항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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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군부는 5월 20일 계엄령을 선포했다. 5월 22일에는 쿠데타를 공식 선언했다. 타이 국왕은 재빨리 쿠데타를 승인했다. 그가 재임하며 승인한 16번째 쿠데타다.
군부를 비롯한 ‘반(反)탁신’ 기득권 세력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은 2006년 쿠데타로 탁신을 총리직에서 제거했지만 이후 선거에서 계속 패배했다. 타이 대중의 지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는 게 불가능해지자 이들은 선거를 거추장스럽게 여겼다.
쿠데타 과정을 보면, 먼저 중간계급 중심의 보수적 왕당파 집단 ‘노란 셔츠’들이 군부 등의 지지를 받으며 도로와 정부 청사들을 점거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20여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쳤다. 그러자 반탁신 지배계급으로 구성된 헌법재판소가 지난 총선은 무효라고 선포하고 총리를 해임했다. 정국이 혼란에 빠지자 군부는 질서유지가 필요하다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는 민정 이양 의사가 없다.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바로 헌정을 중단했다. 새 헌법을 만들고 선거를 치르려면 적어도 1~2년이 걸릴 것이다. 그 뒤에도 군부나 군복을 벗은 군인이 계속 정권을 장악하려 할 것이다.
쿠데타 정권을 유지하려면 탄압이 필수다. 군사정권 최고 권력기관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는 “현재 헌정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한다. “집회를 금지하는 계엄령을 위반하는 시위자들을 즉시 체포할 것이다.”
타이 군부는 아직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요 반쿠데타 인사들에게 왕실모독죄 등으로 소환장을 발부하고 있다. 왕실모독죄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하는 악법으로,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다. 국왕이 승인한 군부 쿠데타를 반대하면 왕실모독이라는 것이다.
해외에 망명한 ‘붉은 셔츠’ 지도자들에게도 소환장을 발부했다. 최근에는 국가평화질서회의 의장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왕실모독 혐의자 검거 활동을 강화하라고 육군에 지시했다. 지금까지 4백여 명이 군부에 의해 소환됐고 1백 명은 여전히 구금 상태다.
저항
그러나 타이 민중은 쿠데타에 저항하고 있다. 영화 〈헝거게임〉에서 따온 ‘세 손가락 시위’[저항과 연대의 상징]가 SNS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거리 대중 행동은 미미하다. 최대 1~2천 명이 모여 짧게 시위를 하고 금방 해산하는 기습 가두 투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2006년 쿠데타 이후 타이 민중은 ‘붉은 셔츠’ 운동으로 저항에 나섰다. ‘붉은 셔츠’ 운동은 민주주의를 요구했고 참가자 대다수는 도시와 농촌의 빈민이었다. 그러자 군대가 2009년 5월 ‘붉은 셔츠’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백여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다쳤다. 방콕이 피로 물들었다. 하지만 ‘붉은 셔츠’의 거센 저항 때문에 군부는 일시적으로 후퇴하고 선거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선출된 정부가 다시 쿠데타로 전복된 것이다. 타이 군부 등 지배계급은 쿠데타에 맞선 저항이 재현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그러나 타이 민중도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지난 5월 29일 한국에서도 민주노총, 노동자연대, 국제민주연대, 참여연대 등 18개 단체들이 모여 쿠데타에 항의하고 탄압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행동을 벌였다. 타이의 투사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