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감옥 인권 개선을 위한 단식 6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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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조익진 씨가 〈노동자 연대〉로 보내온 편지다. 조익진 씨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이 글은 6월 17일에 작성됐다.
‘민주공화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여전히 체제의 입맛에 맞지 않는 행동과 사상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2014년 4월 30일 기준으로 국가보안법, 집시법 등으로 구속된 양심수가 총 38명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 수감자도 6백여 명에 이른다.
짧게는 1년 반부터 길게는 10여 년까지 이들이 머물러야 하는 감옥은 처우가 매우 열악하고 행정도 더없이 권위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관등성명도 표기하지 않은 기동순찰대가 사찰을 돌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소별로 차이는 있지만 주 1회 온수욕 시간조차 매우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특히 입소 때마다 강요되는 항문검사를 비롯한 ‘알몸 검신’은 극도의 수치심을 유발한다. 나는 성동구치소 입소 과정에서 이를 거부했고 소측은 강제력을 행사해 내 옷과 속옷을 강제로 탈의시키고 발을 밟아 멍까지 들게 하는 폭력을 저질렀다.
이런 식의 탄압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자살방지’ 명목으로 일기장까지 열어 본 것이다. 결국 성동구치소는 이런저런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갑작스레 나를 서울구치소로 이감시켰다.
이감 이후 탄압은 절정에 달했다. 소측은 수용자 처우 개선과 인권 보장을 위한 정당한 문제제기에 기만과 보복으로 대응했다. 면담 결과를 지키지 않는다거나 면담 자체를 거부하는 식으로 시간을 끌었다. 순시 중이던 소장에게 운동장 여건에 대해 호소하고 나서 30분 만에 기동순찰대가 검방을 한다며 방으로 들이닥쳤다.
징벌 절차
결국 소측은 점검을 방해하고 소란을 피웠다면서 나를 감시카메라가 달린 조사실에 격리 수용시켰다. TV 시청, 실외 운동, 공동 행사 참가도 금지됐다. 자해를 방지한다며 시계를 지급하지 않고, 면도기도 월수금에만 잠깐 지급하고 있다. 조사실 수용은 징벌을 위한 조사 절차로서 실제 징벌이 내려질 가능성도 높다.
조사실 수용 자체뿐 아니라 과정도 문제였다. 기동대 6인이 나를 방에서 끄집어내 관구실까지 끌고 갔는데, 그 과정에서 등이 바닥에 질질 끌리고 관복 바지도 흘러 내렸다. 저항하느라 탈진한 내가 “[의무과에] 잠시 누워 있다 가겠다” 하고 절박하게 호소했지만 묵살당했고, 휠체어에 태워져 조사실에 수용됐다. 나는 호출벨도 작동하지 않고 목소리도 잘 닿지 않는 외진 방에 밤새 방치돼 있었다.
나는 이런 탄압과 끔찍한 인권 침해에 항의하며 6월 12일 저녁부터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운동장 벽면 반사광 해결’, ‘알몸 검신 폐지’, ‘기동대 순시 중단’ 등 수용자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투쟁에 연대하는 의미로, 염호석 열사 시신 탈취에 항의하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노조 활동가들의 석방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단식 5일째인 지난 16일, 관구 계장은 양보안을 제시했다. 운동장 벽면 반사광을 해결하기로 소장과 보안과장 등이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단식을 지속할 계획이다. 조사실 수용을 비롯한 징벌 시도가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무기를 내려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면담 결과를 이행하지 않아 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해당 내용을 전체 방송으로 안내하지 않는 이상 소측의 약속을 충분히 신뢰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징벌 시도를 완전히 철회시키고 의미 있는 성과를 얻어낼 때까지 단식 투쟁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한편 감옥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항문검사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관련기사: 구치소 수용자의 헌법소원 제기 “강제 항문검사는 기본권 침해다”). 필요시 민형사 소송까지 동원해 싸움을 이어나갈 것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