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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자사고를 폐지할 기회다:
진보 교육감들은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이명박의 특권 경쟁 교육 체제가 만든 교육계의 ‘큰빗이끼벌레’다. ‘교육과정 다양화’, ‘건학 이념 실현’ 같은 미사여구는 4대강 사업으로 생태계를 살리고 수자원을 개발한다는 논리와 닮았다. 4대강 사업의 본질이 토건 재벌의 이윤을 위해 생태계를 파괴한 위장 대운하 사업이었듯이, 자사고는 사학의 이윤을 위해 교육 평준화를 파괴한 획일적 입시 경쟁 교육이다.

자사고 운영 5년 만에 교육 생태계는 더 끔찍하게 망가졌다. 특목고-자사고-특성화고-일반고로 고등학교 유형별 서열화가 뚜렷해졌다. 다양한 교육은 고사하고, 일찌감치 절망하고 배움을 거부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특목고도 ‘과학 교육’이나 ‘외국어 교육’보다 ‘대학 입시’가 자신들의 ‘특수’ 목적이 된 지 오래다. 학생의 소질보다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교육 기회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면서 특목고는 차별을 심화시켰다. 그런데도 이명박은 또 다른 (대입) 특수 목적고라 할 수 있는 자사고를 대거 양산했다. 그 바람에 지난 5년 동안 고교 서열화가 더욱 심각해졌다.

체념이 지배하는 교실 고교 서열화가 심해지면서 일반고는 희망이 아니라 체념이 지배하는 교육 공간이 됐다 ⓒ이윤선

실패한 자사고 정책

우리 나라 사립학교 중 재정 자립 능력을 가진 곳은 거의 없다. 해방 후 초기 투자로 구별할 때만 사립일 뿐이다. 고교 평준화 이후 학생 배정, 교육 내용, 시설비, 교육운영비, 교원인건비 등 교육과정과 재정을 거의 대부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그래서 준(準)공립이라고 한다.

자사고는 학생 배정과 교육과정에서 자율성을 가지는 대신 사학 재단이 재정을 감당한다. 이를 위해 일반고의 3배에 이르는 납입금을 징수한다. 여기에 고액 방과후 학교, 체험 학습, 수학여행 등이 더해지면 학부모들이 내는 돈은 연간 1천만 원에 이른다. 민족사관고는 2천2백38만 원, 하나고는 2천1백40만 원, 현대청운고는 1천5백25만 원이다.(2012년 교과부의 ‘자사고 운영 현황 분석 및 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

그러면서도 국가로부터 일반고보다 훨씬 많은 지원을 받는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25개 자사고가 받은 국가 지원금은 2012년 55억 4천만 원(광양제철고 제외), 2013년 48억 6천만 원(민족사관고 제외)이다. 게다가 국가 지원액 중 상당액이 법률적으로 금지된 인건비와 교육운영비에 사용됐다.

또, 자사고가 성적이 우수한, 있는 집 아이들을 빨아들인 반면, 성적이 낮거나 가난한 집 아이들은 집 가까이에 있는 자사고를 못 가고 멀리 있는 일반고로 통학한다. 일반고는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에 육박하는 찜통 교실이다. 높은 실업률, 만연한 비정규직, 치열한 입시 경쟁, 복잡한 대입 제도 아래에서 중학교 때부터 이미 배움을 포기하거나 장기 결석하는 학생들이 일반고로 진학한다. 일반고는 희망이 아니라 체념이 지배하는 교육 공간이 됐다. 교사들은 자신의 사명을 의심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의심하며, 학부모들은 학교를 불신하는 경향이 커졌다.

자사고 교사들도 극심한 성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학부모들은 일반고보다 3배 많은 납입금을 내기 때문에 교사 임금도 3배인 줄 착각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상시적으로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일부 학교에서는 임금이 체불되기도 한다. 고등학교 건물을 중학교 건물로 등록해 교육청으로부터 편법 지원을 받고, 경력 있는 교사를 중학교로 전출시켜 인건비를 축소하고 있다.

여망

2013년에 국제중학교 비리가 터지자 자사고 폐지 여론도 비등해졌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자사고를 폐지하지 않고 오히려 전교조를 공격하면서 자사고의 선발권을 강화했다.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하고 닷새 뒤에 자사고의 선발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자사고 봐주기 재지정 평가’를 진행한 바 있다. 진보 교육감 취임 전에 한 ‘봐주기 평가’를 근거로 자사고를 비호하려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을 직권 취소할 수 있는 법률적 권한이 있다. 고교 입학 전형 일정에 따라 8월 13일에는 자사고 재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실, 자사고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은 적이 없다.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일반고 전성시대’를 제1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했다. 그런데도 일부 교육감들이 5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시간이 부족하다며 특권층의 눈치를 보고 박근혜 정권과 맞서기를 주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진보 교육감들은 자사고 폐지 여망을 정확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전교조를 비롯해 교육시민사회 단체는 ‘특권학교폐지-일반학교살리기 국민운동’의 이름으로 7∼8월을 자사고 폐지 투쟁에 집중할 것이다.

※ 자사고폐지 일반학교 살리기 온라인 의견 제출 http://go9.co/v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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