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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미루지 말고 지금 서울 14개 자사고를 지정 취소해야 한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 취소를 1년 유예하겠다고 결정했다. 올해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자사고 14곳에 대한 종합평가를 8월 말까지 진행하고, 적용 시기는 2016학년도로 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재지정 대상 자사고 25곳 중 14곳이 있는 서울시 교육청의 결정에 전국적 이목이 집중됐던 터라 조희연 교육감의 결정은 실망스럽다.

다들 알다시피,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에 비판적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교 다양화’로 추진된 자사고는 자사고와 과학고, 외고, 일반고로 이어지는 수직적 다양화로 귀결됐다. 고교서열화를 가져 왔다.”

실제로, 자사고는 특목고와 함께 경쟁 교육의 상징이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때 처음 만들어진 이래 고교 서열화와 경쟁을 강화해 왔다. 자사고는 연간 교육비가 일반고 3배 수준으로, 학생 납입금만 연 1천여 만 원에 이른다. (일부 학교는 그 이상이다.) 평범한 노동계급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학생들의 선택이 다양’해지기는커녕 학생들은 성적만이 아니라 부모의 경제 수준에 따라 줄 세워졌다.

그래서 “다수 일반중학교, 일반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자사고가 끼친 평준화 해체 효과(통학 장거리화, 사교육비 증가, 입시 경쟁 강화, 학급당 학생 수 증가, 교실 내 학력 편차 확대, 교육 양극화로 인한 박탈감) 때문에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다.” (전교조 서울지부)

게다가 자사고는 재단 자립은커녕 불법 특혜 지원금 1백여 억 원을 받아 챙겼다. 서울시 교육청도 지난 6월로 마무리된 14개 자사고들에 대한 1차 학교 운영 평가 결과, 이들 모두가 ‘지정 취소’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은 이렇게 끔찍한 경쟁 교육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광범한지를 보여 줬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자사고 폐지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희연 교육감도 ‘일반고 전성 시대’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를 전면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저한다. 또, 기득권층과의 정면 충돌을 우회하고 싶은 듯하다. 그래서 나온 게 “설득과 유인” 정책이다. 〈한겨레〉 같은 개혁 언론들도 이를 옹호한다.

그러나 기득권층에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 그들에게 자사고 유지는 물질적 이해관계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자사고 재단들이 공개적으로 법적 대응 불사를 외치고, 자사고 학부모들 1천여 명이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도 자사고 폐지가 특목고 등 특권경쟁교육 전반에 대한 반대 정서를 불러일으킬 것을 걱정한다. 김명수 낙마 후 박근혜가 교육부 장관에 내정한 황우여는 자사고를 일관되게 옹호할 뿐 아니라, 사학 재단의 이익을 위해 거리에서 촛불까지 들었던 자다.

그래서 조희연 교육감이 “설득과 유인”을 통해 “자사고의 일반고 자진 전환”을 꾀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런 점에서 촉박한 일정을 이유로 자사고 지정 취소를 1년 유예한 것은 군색한 변명처럼 들린다. 예상치 못한 일정이 새롭게 생긴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기득권층의 격렬한 저항이 조희연 교육감을 주춤하게 하는 듯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다고 이들이 설득될까?

반대로, 조희연 교육감의 동요는 자사고 폐지를 바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꺾는다. 전교조 서울지부도 “즉각적인 자사고 폐지를 바라는 시민들이 가질 실망을 어찌할 것인가?” 하고 실망을 감추는 못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희연 교육감이 자사고에 비판적인 입장을 폐지로 실행에 옮기려면, 기득권층에 대한 “설득과 유인”이 아니라 자사고 폐지를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을 받아안아 기득권층에 도전해야 했다.

서울시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자사고 폐지 찬성 여론은 60퍼센트가 넘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인사 참사와 무책임한 세월호 참사 대응으로 정치적 지지 기반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조희연 교육감의 실망스러운 동요는, 교육 개혁을 성취하려면 진보 교육감에 의존할 게 아니라 전교조 등이 독립적으로 아래로부터 투쟁을 구축해야 함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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