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8곳 취소는 너무 꾀죄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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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학교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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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13곳에 대해 재지정 평가를 해서 8곳을 취소했다.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 지정 취소가 결정된 자사고 중 7곳은 이미 2014년 평가 때 재지정 기준점을 못 받아 지정 취소 절차가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13곳 중 5곳의 자사고는 재지정을 승인해 줬다. 대다수 자사고가 선행학습금지법을 위반했는데도 재지정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 심지어 2015년 입시 부정이 드러난 하나고도 이번 평가에서 살아남았다. 전교조의 성명서처럼 “서울시교육청은 부실한 재지정 평가를 통해 자사고의 수명을 연장해 주는 심폐소생술”을 한 셈이다.
한편, 자사고 측과 보수적 학부모 등은 서울시교육청의 부실한 결정조차 반발하고 있다. 6월 20일 전북 상산고 취소 결정이 내려지자, 서울 22개 자사고 학부모들이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불공정하다”며 평가 과정 공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미 3월 말 서울 지역 자사고들은 평가 과정에서 달라진 배점 기준을 두고, 보고서 제출을 미루는 등 반발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을 두고도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실제 지정 취소 처분이 내려지면 집행정지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어 갈등이 격화될 듯하다.
하향 평준화?
보수 언론이나 우파들은 자사고가 폐지되면 “고등학교 하향평준화를 야기해 교육을 망칠 것”이라고 반발한다. 또, “평준화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수월성 교육 효과와 고교의 수평적 다양화를 구하기 위해서 자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수를 위한 엘리트주의 교육이 교육 전반을 망쳐 왔다. 고교 서열화와 일반고 황폐화, 사교육 팽창 등 부작용이 나날이 심각해졌다. 자사고는 우수학생을 (일반고에 앞서) 사전 선발하는 불공평한 특혜를 받았다.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올해 4월 헌법재판소는 자사고와 일반고가 학생을 동시에 선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자사고에 유리한 이중 지원을 허용했다.
자사고를 비롯한 외고·국제고 등 특권학교를 정점으로 일반고, 특성화고로 연결되는 고교 서열화 구조는 계급 차별적 교육을 양산하고 있다. 누군가는 고등학교 등록금이 없어 특성화고에 들어가고, 누군가는 ‘SKY 캐슬’에서 입시 코디에게 맞춤형 교육을 받는 현실이다. 대학이 서열화된 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입시경쟁은 고교 서열화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계급 차별적 교육은 없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자사고 등 특권학교는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이다. 상산고도 연간 등록금 등 교육비 부담이 1089만 원이다. 가난한 학생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학교를 두고 교육의 기회 균등을 말할 수 있는가?
또한, 자사고가 고교의 수평적 다양화를 추구한다고 했지만, 현실에서는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전북 자사고인 상산고와 일반고를 비교해 보니 상산고는 80개, 일반고는 103개의 교과목을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주최 토론회 자료집). “교육과정 자율권을 이용해 국·영·수 중심의 수업시수를 증가시킴으로써 입시 중심 수업을 운영”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상산고는 올해에만도 한 학년 360명 중 졸업생 포함 275명이 의과대학에 갔다.
특권교육에 대한 불만은 2017년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최소 52.5퍼센트, 최대 88퍼센트가 자사고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는?
현재 자사고는 전국적으로 42곳이고 이 중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자사고는 24곳이다. 귀추가 주목됐던 서울 자사고 13곳 중 8곳, 전북 상산고,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가 자사고 재지정에서 탈락했다. 현재 교육부의 ‘동의’ 절차가 남은 상태다.
2014년 12월 박근혜 정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악했다. 자사고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감이 자사고를 취소할 때는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이다. 이 덕분에 2014년 평가에서 지정 취소 대상이 된 서울 자사고들은 교육청의 지정 취소나 교육부의 ‘부동의’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했다. 2018년 대법원은 “서울시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 없이 관내 자사고의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린 것이 위법”하다고 판결해 자사고의 손을 들어줬다.
전북 상산고 재지정 취소 이후 자사고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자,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 일괄 폐지는 어렵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이런 단계적 접근은 오히려 우파의 자신감만 키울 뿐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교육부가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동의하지 않으면 권한쟁의 심판 절차에 들어가는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고 밝혔다. 권한쟁의 심판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권한 범위를 놓고 다툴 때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김승환교육감은 “대선 공약과 국정 과제를 통해 자사고 폐지를 약속해 놓고 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칼(교육부 동의권)을 빼는 것은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서 사람을 죽임)”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동의’해야 할 뿐 아니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나아가 자사고뿐 아니라 외고·국제고 등의 특권학교를 모두 폐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대학 서열화와 입시경쟁을 없애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도록 평등교육을 실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