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예산안과 담뱃세·주민세 인상, 공기업 민영화:
‘슈퍼 예산’이 아니라 내핍 강요 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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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내년 예산 지출을 올해보다 20조 2천억 원(5.7퍼센트) 늘어난 3백76조 원으로 제출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3조 6천억 원(GDP 대비 2.1퍼센트), 국가채무는 5백70조 1천억 원(GDP 대비 35.7퍼센트)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일시적 재정 적자를 확대하더라도 과감하고 선제적인 재정 운용을 선택했다”며 경기 부양을 위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한다. 보수 언론들도 ‘슈퍼 예산’이고 엄청난 재정적자가 걱정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예산 지출 증가율이 2011년 5.5퍼센트, 2012년 5.3퍼센트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내년 증가율 5.7퍼센트는 전혀 확장적 예산이 아니다. GDP 대비 2.1퍼센트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도 다른 OECD 국가들에 견줘 높은 편도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보건·복지·고용 예산 비중이 2014년 29.9퍼센트에서 2015년에는 30.7퍼센트로 늘었다며 엄청난 복지 확대 예산인 양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예산 증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복지 확대도 거의 없는 것이 진실이다.
△ 경제 위기 고통을 노동자·서민에게 떠넘기지 말라 ⓒ이미진
내년 복지예산 증가분(9조 1천억 원) 가운데 대부분은 기초연금, 공적연금 등의 자연 증가분이다. 정부가 의무적으로 늘려야 하는 부분만 예산에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완화해 약 12만 명을 추가로 보호하게 됐다고도 홍보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래로 ‘불법’ 수급자를 찾아낸다며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2009년 1백56만여 명에서 올해 6월 1백34만여 명으로 오히려 감소해 왔다. 게다가 우리 나라 빈곤층이 4백10만 명이나 되는 점까지 고려하면 생색내기도 못 되는 수준이다.
교육 예산도 거의 늘어나지 않아 0~5세 무상보육, 초등 돌봄교실 예산이 부족해 내년에 또다시 ‘보육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고, 박근혜의 주요 대선공약인 고교 무상교육도 무산됐다.
또, 박근혜 정부는 정규직 전환을 촉진한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원 대상자 수가 고작 6천 명이고 지원 예산은 1백60억 원밖에 안 된다.
서민 증세와 내핍
박근혜 정부가 2015년 예산안을 ‘경기 부양을 위한 슈퍼 예산’, ‘서민 지원 예산안’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처럼 경제 위기로 늘지 않는 세수에 맞춰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내핍 강요 예산일 뿐이다.
게다가 세수 부족과 재정적자를 메우려고 담뱃세 2천 원 인상과 지방세(주민세와 영업용 자동차세) 인상 등 ‘서민 증세’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내년 국세 증가분 5조 1천억 원 중 담뱃세 인상분이 무려 1조 8천억 원에 이른다. “담배를 하루 한 갑 피우는 노인을 예로 들면 기초연금을 10만 원 늘려주고 6만 원을 다시 담뱃값으로 뺏어가는 격”(홍기용 인천대 교수)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밀어붙이는 것도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재정적자의 책임을 떠넘기는 정책의 일환이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부자 감세로 부의 대물림을 장려하고 있다. 담뱃세 인상 즈음에 중소·중견기업의 소유주가 기업을 물려줄 때 1천억 원까지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도 되는 법안을 상정했다. 새누리당은 손자에게 교육비 명목으로 증여하면 1억 원까지는 세금을 한 푼도 물리지 않는 법안도 상정했다.
이렇게 부자 감세에 집착하다 보니 이명박 정부 때 깎아 준 법인세와 소득세를 원상태로 회복하라는 온건한 요구에도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 새누리당은 공기업 부채를 빌미로 한전·발전 공기업들의 지분 매각, 전력판매 시장 민영화, 철도 인력 감축과 분할·민영화, LH공사의 공공임대주택 매각과 임대주택사업 축소 등 대대적인 민영화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은 공기업 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만들 뿐 아니라, 전기·가스·철도·도로 등의 공공요금 인상도 낳을 것이다.
2015년 예산안과 서민 증세,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와 서민에게 떠넘기려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의지를 보여 준다.
부자 감세, 서민 증세, 민영화를 좌절시키고, 재벌·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걷어 복지 지출을 대거 확대하고, 정규직화와 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의 소득을 보장해야만 노동자·서민의 삶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