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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매입에 10조 원 쓰면서 정규직화·통상임금 요구 외면하는 현대차

현대·기아차 사측은 여전히 통상임금 문제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현대차 사측은 지난 2일 ‘올해 단체교섭에서 통상임금을 분리하자’는 황당한 제시안을 던졌다. 임금체계·근무체계 문제와 연동해 내년 3월에 방안을 정하자는 것이다. 사측은 시간을 질질 끌어 통상임금 확대 요구에 찬물을 끼얹고, 임금피크제·이중임금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악까지 밀어붙이려고 한다.

8월 28일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현대·기아그룹사 투쟁 결의대회. ⓒ사진 조승진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 부지 매입에 무려 10조 5천5백억 원을 쏟아부어, 더한층 분노가 커졌다. 노동자들에겐 한 푼이 아깝다며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요구를 짓밟고 통상임금 확대 요구를 외면하는 자들이, 본사 이전에는 그 많은 돈을 사용하겠다니 말이다.

옳게도 울산공장의 대의원 대표들과 다수 ‘현장 조직’들은 사측 제시안을 규탄하며, 파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9월 2일 사측 제시안이 나오자마자 즉각 항의를 조직했다. 각 공장의 대의원회들은 깃발을 들고 교섭장 앞으로 몰려가 규탄 시위를 벌였고, 결국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는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 항의는 현장조합원들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회사의 꼼수에 타협해선 안 된다”, “파업권 없이 협상해선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하고 말했다.

더구나 현대차에서 잘못된 합의를 하면, 이는 기아차를 비롯해 계열사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경훈 집행부가 2일 교섭 중단의 책임이 대의원·활동가들에게 있는 양 비난한 것은 심히 유감이다.

추석 연휴 이후에도 이경훈 집행부는 우려스런 행보를 해 왔다. 집행부는 잇따라 대의원 간담회, 교섭단 간담회 등을 열어 타협을 설득했다. 대의원 대표와 활동가들에게는 교섭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외부로 공개하지 말고, 시위와 확성기 사용 등을 자제하라며 관료적 통제도 시도했다. 심지어 교섭 중에는 교섭위원들의 휴대폰까지 수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장조합원들의 불만과 분노는 여전히 높다. 16일 대의원 간담회에서도 많은 이들이 집행부에 반발했다. 각 공장 대의원회와 활동가들은 이런 불만을 결집시켜 공동 집회 등을 조직하고, 사측을 규탄하며 집행부가 잘못된 합의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기아차지부도 현대차만 바라보지 말고, 파업을 재개하고 투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기아차의 활동가들이 이를 적극 선동하고 조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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