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통상임금 투쟁:
잠정합의안을 거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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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노동자연대 현대차노동자모임이 9월 30일 긴급 발행한 리플릿이다.
어젯밤(9월 29일) 임협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유감스럽게도 합의 내용은 빈 깡통이다. 통상임금 확대, 체불임금 지급, 적용시점 등 중요한 문제에서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게 없다. 올해는 그냥 넘기고, 내년 3월 31일까지 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더구나 이마저 임금·근무체계 개악과 연동해 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설사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총액임금은 유지하겠다는 의도도 반영됐다.
특히 이번 합의안은 9월 2일 대의원대표·대의원들의 반발로 거부된 사측 제시안과 다를 게 없다. 이날 일부 대의원대표들은 사측 제시안에 반대해 교섭장 앞에 대의원들을 집결시켰고, 이경훈 지부장은 대의원·활동가들의 항의시위 끝에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이 항의는 현장조합원들의 반대 여론을 반영한 것이었다. 사측 제시안이 알려지자 현장 곳곳에서 불만과 분노가 터져 나왔다. 더구나 이후 한전부지 매입 건이 터지면서 조합원들의 분노는 더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이경훈 집행부는 이를 뻔히 알면서도 9월 2일 사측 제시안과 다를 바 없는 내용에 잠정합의했다. 이는 현장조합원들의 반대를 무시한 것이다. 즉, 이경훈 집행부는 우리의 이해관계를 올곧게 대변하지 않았다.
현장조합원들의 반대 여론
따라서 10월 1일 찬반투표에서 우리의 반대 의사를 확실히 보여 줘야 한다.
지금껏 뼈빠지게 일해 온 우리는 통상임금 확대, 체불임금 지급을 보장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사측은 한전부지 매입에는 무려 10조 원을 쏟아 부으면서, 우리를 약 올리듯 통상임금 요구에는 뭐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사내유보금 1백13조 원을 쌓아두고도 우리에겐 한 푼 내주기가 아깝다고 한다.
이런 사측에게 현장조합원들의 분노를 똑똑히 보여 주자. 합의안을 확실히 부결시켜, 우리의 요구를 쉽게 물릴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자.
혹여 ‘집행부가 합의했는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투표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열망이 반영되지 않은 잠정합의안이 ‘조합원의 이름으로’ 통과되게 해서는 안 된다.
최근 다른 노조들에서도 현장조합원들은 집행부의 잘못된 합의를 부결시켜 자신의 의사를 보여 줬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심각한 단협 개악안을 부결시켜, 현장이 살아있음을 보여 줬다.
기회
지금 사측은 지불여력이 충분하다. 한전부지 매입은 사회적으로도 비난받고 있다.
우리에겐 좋은 기회다. 이럴 때 확실히 밀어붙여 요구를 따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기회가 아니라면 또 언제 우리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여전히 기아차를 비롯해 그룹사 노조들이 싸우고 있다. 그룹사 연대회의는 이번주에 파업 수위를 좀더 높이기로 했고, 양재동 본사 앞 시위도 예고했다. 지난주 기아차 파업 집회는 꽤나 열기가 있었고, 현장조합원들은 “이제부터가 임단투 시작이다”, “전면 파업을 해야 한다”고도 말하고 있다.
지금은 얼마든지 싸울 수 있고, 싸워서 요구를 쟁취할 수 있다.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키고 더 단호하게 사측에 맞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