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조 13년 만에 파업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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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꿈틀대고 있다. 노조는 9월 17일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쟁의를 결의했다.
사측은 지난 수년간 임금을 찔끔 올려주거나 동결하며 노동자들을 쥐어짰다. 그러는 동안 노동자들의 분노와 울분도 커져 왔다. “저는 입사한 지 18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15년째 현대차에 다니는 제 친구보다 연봉이 2천만 원이나 더 적어요. 어떤 때는 비애감도 느껴져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노동자들은 턱없이 낮은 기본급에 고통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기본급 7천 원 인상은 노동자들을 분노케 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사측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12년 만에 민주파 후보를 당선시켰다.
특히 올해 들어 노동자들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6월 12일 노조가 개최한 집회에 4천여 명이 모였다. 노동자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정병모 위원장이 연단에 오르자, 노동자들은 위원장의 이름을 연호하며 민주노조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한 중년 노동자는 1987년 투쟁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7월 24일 노조 창립 행사에는 참가자가 더 늘어 5천 명 가까이 모였다. 노동자들은 시종일관 연설에 집중했다. “잘못된 임금 정책을 바꾸자”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인상적이게도 이 집회들에는 사내하청지회도 참가했다. 아직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집회에 참가했다. 정규직 노조의 투쟁은 4만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열기
물론 사측은 경영 위기를 강조하며, 임금 인상 등 노조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9월 1일 고작 기본급 1만 4천 원 인상, 월차제도 폐지 등의 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즉각 이것이 “가만히 앉아서 임금 7만~8만 원 도둑맞는” 개악안이라고 규탄했다.
9월 2일 임단협 보고대회에 모인 노동자들도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는 그동안 우리한테 빼먹을 거 다 빼먹었어요. 임단협 때마다 ‘적자네’, ‘불경기네’ 했지만, 다들 올해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노동자들의 분노는 9월 17일 대의원대회에도 반영됐다. 사측에 친화적인 대의원들이 다수였지만, 아무도 감히 투쟁에 반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대의원들이 잘못 했다가는 현장에서 ‘역적’ 소리 듣습니다.”
“이제는 협상만으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를 거스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대의원대회 다음 날 노동자 1천여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공장을 돌며 경적 시위를 벌였다. 조합원들의 참가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던지, 노조가 준비한 주유 티켓이 모자랄 정도였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9월 23일부터 26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투표 첫날 다시금 대규모 집회를 열어 열기를 모아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