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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인권 보고서’ 발표:
인권 신장은 오바마·김정은이 아니라 북한 민중의 손에 달려 있다

9월 13일 북한이 ‘조선인권연구협회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요지는 ‘북한 인권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북한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 제기된 비판을 여러 논리를 들어 반박했다.

북한이 이런 보고서를 낸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핵·미사일 문제와 함께 인권 문제도 대북 압박의 소재로 삼아 왔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 문제는 특히 올해 들어 유엔을 통해 강력하게 제기돼 왔다. 올해 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방대한 분량의 인권조사보고서를 내놓고 북한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 책임자를 제재하라고 권고했다.

9월 하순 유엔 총회 기간에는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외무장관급 회의가 예정돼 있다. 그리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라 이번 유엔 총회에서는 예년보다 더 강도가 높은 북한 인권 결의안이 통과될 공산이 크다.

유엔 인권 결의안은 군사 공격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의 일환이다. 미국이 이런 결의를 대북 제재를 뒷받침하는 명분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 국가들은 지난 수십 년간 대북 제재로 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을 위협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부 NGO들이 대북 제재를 비판하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에서 유엔 기구가 긍정적 구실을 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서방의 “인도주의적 개입”에 뒷문을 열어 줄 뿐이다. 이런 식의 개입은 결코 민주주의도, 인권 신장도 가져오지 못한다.

그러나 북한 정부의 ‘인권 보고서’는 매우 황당한 궤변으로 가득 차 있고, 명백한 인권 문제를 부인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것투성이다. 예컨대 북한 인민이 “쌀값, 주택 사용료 걱정도 모르고 살고 있다는 사실은 공화국의 사회주의 제도가 얼마나 살기 좋은 인민의 낙원인가 하는 것을 잘 말하여 준다” 하는 대목은 정말 어이가 없다. ‘인권 보고서’에서 자국의 핵무기 보유를 옹호하는 것도 국제 노동계급의 연대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다시 말해 북한이 사회주의와 아무 관련 없음을 보여 준다.

북한 정부는 “현 시기 인권에 대한 나라와 민족들의 견해와 입장이 서로 다르다” 하며 인권의 상대주의를 주장한다. 즉, 나라마다 자신들만의 인권 개념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형법만 대충 훑어봐도,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드러난다. 북한 형법에는 노동계급의 민주적 권리를 제약하는 조항이 아주 많다. 남한의 국가보안법과 유사한 ‘반국가범죄 및 반민족범죄’가 있고, 단순히 “적들의 방송을 들었거나 적지물을 수집, 보관하였거나 유포”한 것만으로도 북한 형법에 따라 처벌받는다.(형법 185조)

그리고 “출판질서를 어기고 출판물을 인쇄, 발행, 보급”하는 것도 불법이며(형법 214조), “국가기관의 지시에 응하지 않고 집단적으로 소동을 일으킨 자”도 노동단련형에 처해(형법 209조)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

북한이 진정한 사회주의 사회라면, 시민적·정치적 자유는 서방 자본주의 사회보다 대폭 신장돼야지 억압돼선 안 된다. 민주주의 없는 사회주의는 사회주의가 아니다.

북한에서 노동계급의 민주적 권리가 억압받고 있는 것은 북한이 남한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국가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북한 당 관료는 미국과 남한과의 군사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높은 수준의 자본 축적을 유지하려 했고 노동자들을 철저하게 쥐어짜 왔다. 따라서 오늘날 북한의 인권 문제는 북한 사회의 국가자본주의적 성격에서 비롯한 것이다.

따라서 남한의 좌파는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은 남북 정부 간의 대화나 국제 기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또는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좌파는 미국 제국주의의 개입에 반대하면서, 북한 노동계급과의 연대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그리고 북한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쟁취는 오로지 북한 노동자·민중의 아래로부터 자기 해방 투쟁을 통해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