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측과 노조 집행부가 9월 29일 통상임금 등 임금협상에 관해 잠정합의 했다.
유감스럽게도 합의 내용은 빈 깡통이다. 통상임금 확대, 체불임금 지급, 적용시점 등 중요한 문제에서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게 없다. 올해는 그냥 넘기고, 내년 3월 31일까지 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이마저 임금·근무체계 개악과 연동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합의안에는 설사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임금 총액은 유지하겠다는 의도도 반영됐다.
특히 이번 합의안은 9월 2일 대의원대표·대의원들의 반발로 거부된 사측 제시안과 다를 게 없다. 이날 사측이 보잘것없는 안을 제시하자, 대의원들은 교섭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 항의는 현장조합원들의 불만을 대변한 것이었다.
더구나 이후 한전부지 매입 건이 터지면서 조합원들의 분노는 더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한 대의원은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현장의 분노가 크다. 전면 파업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압력 때문에 집행부는 부분 파업을 재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경훈 집행부는 이를 뻔히 알면서도 9월 2일 사측 제시안과 다를 바 없는 내용에 잠정합의했다. 이는 현장조합원들의 염원을 거스른 것이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잠정합의안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9월 2일 사측 제시안과 차이가 뭐냐? 완전히 조삼모사다.”
“내년 3월 31일까지 합의한다는 것은 눈속임일 뿐이다. 이번에 타결하면 쟁의권도 없는데, 그때 가서 합의 안 되면 어쩔 거냐.”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 이경훈 집행부에게 조합원들의 뜻을 보여 줘야 한다.”
잠정합의 직후 일부 공장의 대의원회와 현장조직위원회들은 ‘합의안을 부결시키자’는 입장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활동가들도 적극 부결 선동에 나서고 있다.
이 신문이 인쇄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금 찬반투표 개표가 한창이다. 아직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울산 공장에서는 부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합의안이 부결된다면, 이는 현장조합원들이 이경훈 집행부가 내놓은 수준의 합의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더 단호하게 투쟁한다면,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한전부지 매입에서 보듯 사측은 지불 능력이 있는데도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활동가들과 투사들은 현장조합원들의 불만을 투쟁으로 모아내야 한다. 그래야 사측을 압박할 수 있고, 또한 이경훈 집행부가 또다시 조삼모사식 안을 들고 나와 조합원들을 우롱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한전부지 매입으로 사측이 곤경에 처해 있고, 기아차를 비롯해 그룹사 노조들도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럴 때 확실히 밀어붙여 요구를 쟁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