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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유가 급락의 배경은 무엇인가?

세계경제 위기가 일어난 지 7년이 지난 2015년 초에도 세계 자본주의는 여전히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유로존 경제가 지지부진하고, 손상된 금융 시스템을 부채가 짓누르고 있고, 중국과 그 외 ‘신흥 시장 경제들’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여기에 석유가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석유 시장의 상태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로 쓰인다. 그런데 1월 초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56.42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6월에는 1백10달러를 웃돌았다. 이런 변화의 원인과 결과는 모두 매우 불확실하다.

일부 원인들은 아주 분명하다. 미국의 ‘셰일 혁명’ 덕분에 석유 공급이 증가했다. 에너지 생산량 증대는 이른바 프래킹 공법, 즉 고압의 물을 분사해 암반층을 깨고 석유와 가스를 추출하는 수압 파쇄 공법 덕분이었다.

그와 동시에 에너지 수요의 증가세가 완화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 호황으로 중국에서 산업과 소비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해 석유와 가스, 그 밖의 원료 가격이 올랐었다.

그러나 호황의 원동력은 대규모 과잉투자였다. 그 과잉투자의 후유증이 점차 중국 경제에 부담이 돼, 중국의 천연자원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훨씬 더 설명하기 힘든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구실이다. 이제는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전히 세계 석유 매장량의 25퍼센트와 세계 잉여생산능력[현재 산유국이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원유량]의 85퍼센트를 차지하고 석유 생산 비용도 매우 낮다.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좌지우지하는 석유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 OPEC은 하루 석유 생산량 3천만 배럴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현재 유가가 하락한 상황에서는] 이란이나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들에 유리한 조처다. 그런 국가들이 균형 재정을 유지하려면 석유를 최대한 많이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 하락에 대응하려고 [OPEC 회원국들에게] 석유 생산량을 감축하도록 강요했다.

5천9백10억 파운드가 넘는 막대한 해외 자산을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 형편이 충분히 좋아서, 자국의 석유 매장량을 보존하는 대기 전술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미국의 수압 파쇄 공법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사우디] 왕가가 유가 하락으로 중동에서 자신들의 주요 경쟁자인 이란의 이슬람 공화국 정권이 타격을 입는 것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자 연대〉

경제적인 동기

그러나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인 알리 알나이미는 여러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동기가 경제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석유 생산의] 효율성이 높은 산유국은 석유 생산량을 줄이고 효율성이 형편없는 산유국은 생산을 계속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입니까?” 하고 물었다.

다시 말해, 사우디아라비아의 표적은 석유 생산비가 높은 미국과 그 밖의 산유국들이다. 2005년 이후 높은 유가 덕분에, [석유] 기업들은 수압 파쇄 공법을 이용해서 또는 캐나다의 타르샌드[4~10퍼센트의 중질 타르의 원유가 섞인 모래나 바위. 오일샌드라고도 한다]나 아프리카 서부 해역이나 브라질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고비용 투자를 하더라도 수익성이 있었다.

알나이미는 “효율성이 높은 산유국들이 당연히 시장 점유율이 높아야 합니다” 하고 말했다. 다시 말해, 그는 유가를 강제로 떨어뜨려서 이 고비용 경쟁국들을 압박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지배권을 다시 확립하기를 원한다.

유가 하락의 결과도 모호하다. 유가 하락은 지금까지 호황을 누리던 미국 에너지 부문에서 해고를 초래하고 있다.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방의 제재 때문에 타격을 입고 있었다. 석유 수익 감소는 크리스마스 직전 러시아에서 심각한 금융 위기를 촉발하는 데 일조했다.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은 석유 생산에 의존하는 나라들에 미치는 이런 부정적 효과가 에너지 비용 감소로 기업과 가계가 얻을 추가 소득에 의해 충분히 상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세계경제가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무시하는 것이다. 특히 유로존은 지금 디플레이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유가 하락은 경제를 정체의 늪에 빠뜨릴 수 있다(1990년대 초 이후 일본이 바로 그랬다). 유가가 급락하면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확 바뀔 수 있다.

미국 경제의 비교적 빠른 성장(어느 정도 이것 자체는 지금 위협받고 있는 셰일 혁명의 결과였다)도 세계경제의 추진력 구실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실질적 회복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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