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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파리 공격은 제국주의의 유산이다

 파리 공격이 제국주의의 유산임을 좌파들이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주장한다.

이전에도 유럽의 다른 곳에서 1월 7일 파리에서와 같은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 2004년 3월 스페인 마드리드와 2005년 7월 영국 런던. 무슬림 세계에 대한 제국주의의 개입과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리즘이라는 악순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더 나쁜 듯하다. 한편에서는 인종차별적이고 무슬림 혐오적인 우익이 유럽에서 이전보다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반전 운동은 약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이 낳은 야만과 중동의 반혁명 속에서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 같은 반동적 맹신 집단이 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유럽의 반제국주의 좌파에게 특별히 막중한 책임을 부여한다.

[영국 반전 국회의원] 조지 갤러웨이에게 약점이 있을지라도, 그가 2005년 7월 런던 버스 테러 직후 하원에서 바로 토니 블레어 정부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점령한 것이 그 비극을 낳았다고 따져 물은 것은 영원히 칭찬받을 일이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오늘날 프랑스에는 그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 프랑스에서 우리 사회주의노동자당(SWP)과 가장 비슷한 정당인 반자본주의신당(NPA)은 〈샤를리 에브도〉 학살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는데 그 제목은 “야만과 반동적인 광기”였다.

학살을 비난한 것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NPA가 그 공격을 야만주의라고 부른 것은 잘못이다. (심지어 또 다른 NPA 성명에서는 범인들을 파시스트라고 부르고 있다.) 이것은 정확히 지배계급이 무슬림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면서 제시하는 프레임이다.

9·11 이후 조지 W 부시는 문명과 야만주의의 충돌을 운운했다. 프랑스의 전직 우파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는 최근 엘리제궁 대통령 관저 계단에 서서 그와 비슷한 말을 했다.

이런 담론은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이 “후진적인” 사회에 개입하고 전 세계적 “이슬람 파시스트” 세력에 맞서 싸울 정당한 권리가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은연중에 돕는다.

NPA 성명은 또한 공격자들이 “반동적이고 반(反)계몽주의 편견의 이름으로 공포감을 부추기고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지금 프랑스에 일고 있는 ‘내가 〈샤를리 에브도〉다’ 물결을 사실상 지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잡지는 무슬림을 아주 인종차별적이고 끔찍하게 묘사하는 것을 명예로 삼는다.

풍자

사회 전복적이고 반체제적임을 자처하는 잡지가 프랑스 정부한테서 1백만 유로 지원을 약속받다니 참으로 웃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풍자 만평에 정부가 돈을 지원하는 현상은 오늘날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일을 집약적으로 보여 준다. 정치인들은 갈수록 공격적으로 프랑스 국가가 “세속주의”, “공화주의”를 따라야 하고, 모든 시민은 그 기치 아래 계급·성·인종·종교를 초월해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세속주의는 여러 종교를 포함시킨다지만 사실상 이슬람은 배제한다.

프랑스 공립학교는 2004년에 히잡(머리 스카프) 착용을 금지했고, 2011년에는 공공장소에서 베일 착용을 금지했다. 〈샤를리 에브도〉에게 무슬림을 모욕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은 바로 이 “공화주의” 이데올로기와 결을 같이 하는 것이다.

지난 11일 파리 시위는 세속주의가 인종차별적이고 이슬람 배척적 형태로 발전한 것의 절정이었다. 이른바 “공화주의 행진”을 이끈 자들은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그 전임자 사르코지, 대(大)살육자 베냐민 네타냐후 등 각국 지배자들이었다.

그 행진은 프랑스 지배계급이 제1차세계대전 당시 노동자들이 사장과 함께 전쟁을 지지하도록 만들려고 내세운 ‘신성 동맹’[the union sacrée ;전시 계급 협조 정책]과 여러 점에서 닮아 있다.

NPA 가 이런 “국가적 단결”을 비난하고 그 행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NPA가 지배적인 사상과 타협했기 때문에 지금 NPA의 입장은 잘해야 (그 창립자 중 한 명인 다니엘 벤사이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양비론”밖에 안 된다. 프랑스 국가도 이슬람주의자들도 둘 다 틀렸다는 것이다.

벤사이드는 이런 태도가 “2개의 도전이 짐짓 대등한 것처럼 잘못 보이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국가와 미국·영국 같은 그 동맹은 이슬람주의자들보다 비할 데 없이 더 파괴적인 권력을 쥐고 있다. 비록 이슬람주의자들이 고약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서방 지배자들의 폭력이 그 폭력을 모방한 역습과 보복을 직간접으로 유발한다.

유럽 전역에서 인종차별과 무슬림 혐오라는 해일이 밀어닥치고 있다. 이에 전력을 다해 굳건하게맞서는 것이 모든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책무이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인종과 종교를 떠나 인종차별, 전쟁, 긴축에 맞서 단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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