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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디플레이션이 통화 대란을 부르고 있다

세계 금융체제가 지난주[1월 셋째주]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으면서, 세계적 (금융)붕괴 6년 뒤에도 안전한 피난처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지난주 목요일 스위스 중앙은행은 스위스 프랑 화(貨)가 유로에 견줘 너무 빨리 오르는 것을 막으려 시행했던 유로-프랑 최저환율제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스위스는 미국·독일·영국과 함께 (자산)도피처 가운데 하나다.

경제가 불안정하면 투자자들은 안전을 위해 이들 나라에 돈을 보관하려고 한다.

이는 스위스 자본주의에 문제가 되는데, 이런 식이다. 만약 환율을 그냥 (시장에) 맡겨 버리면 ‘핫머니’가 유입돼 유로 대비 스위스 프랑의 환율을 높일 것이다. 그러면 스위스 수출품은 유럽의 경쟁 기업보다 비싸게 된다.

그래서 스위스 중앙은행은 2011년 9월 1유로당 최저 1.20프랑으로 환율을 고정했다. 프랑 화의 가치가 이보다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위스 중앙은행은 외화 자산(외국 통화로 된 자산들)을 (프랑 화를 주고) 구입해야 했고 그렇게 금융 시스템에 더 많은 프랑 화를 쏟아부었다.

지난해 11월 스위스 중앙은행은 5천억 유로가 넘는 자산을 갖고 있었는데, 스위스 총생산의 80퍼센트에 달한다.

하지만 이것이 스위스가 최저환율제를 포기토록 한 결정적 요인이 아닐 수도 있다.

이번 주에 유럽중앙은행 통화 정책 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에서 양적완화 계획이 마침내 승인될 것이라는 예상이 널리 퍼져 있다.[1월 22일 유럽중앙은행은 1천4백조 원 규모로 양적완화를 하기로 결정했다. ━ 편집자 주]

이 양적완화 계획은 채권을 구입해 새롭게 돈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은행들에 돈을 투입하는 것이다. 은행들이 이 돈을 기업들과 가계에 대출해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의도다.

세계적 (금융)붕괴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은 모두 큰 규모로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양적완화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경제 규모에 견주면 (미국과 영국보다) 더 큰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지금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디플레이션이 문제다. 물가가 떨어지면서 부채 부담이 증가하고 소비자들이 소비를 꺼리고 있다. 이제 디플레이션이 확산되고 있다. 12월 유로존 물가는 0.2퍼센트 하락했고 영국도 물가하락에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는 새로 돈을 투입해 물가 하락을 막겠다는 바람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려 한다. 그는 독일 지배층의 강력한 저항을 이겨내야 했다. 이들은 유럽연합이 부채가 많은 회원국을 지원하려는 약간의 기미만 보여도 독일의 고수출 경제모델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두려워한다.

양적완화

지난주에야 녹색 불이 켜졌다. 유럽사법재판소가 양적완화 정책은 합법적이라며 독일 헌법재판소의 제소를 기각했다.

어쩌면 드라기는 독일의 저항 때문에 미국과 일본에 견주어 좀 더 약한 양적완화 정책을 실행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 유입될 돈은 외환시장에서 유로 가격을 떨어뜨리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이 전망 때문에 스위스 중앙은행이 최저환율제를 포기했을 수 있다. 포기 발표 후 몇 시간 만에 프랑이 유로 대비 무려 39퍼센트나 올랐다.

이런 충격들은 몇몇 외환거래소들을 파산으로 내몰았다. 이 일은 세계적 (금융)붕괴를 겪고도 얼마나 많은 부정한 행동들이 계속됐는지 그 민낯을 보여 줬다.

런던에 기반을 둔 외환거래소들은 투기꾼들이 선불로 낸 현금보다 1천배나 더 많이 외환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한편, 중부 유럽과 동유럽의 어수룩한 채무자들은 금융 붕괴 때 그랬듯이 스위스 프랑 화로 결제하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받았다. 프랑 화 가치 상승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해) 수많은 이들이 집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금융시장이 얼마나 위험하고 파괴적인지 되돌아보는 것이 지난주 상황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전부가 아니다.

디플레이션은 경제 침체의 증상이자 또한 경제 침체가 계속되도록 거든다.

지난주 세계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3.4퍼센트에서 3퍼센트로 낮췄다.

“세계경제는 오직 한 개의 엔진 ― 미국 ― 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세계은행 관계자가 불평했다.

하지만 문제는 더 깊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경제를 움직이던 진짜 엔진인 뉴욕과 런던 중심의 금융 시스템이 심하게 망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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