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강화,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이 지도부의 양보안에 반대하며 항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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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여의도에서 ‘국민연금강화,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주최한 이 집회에는 공무원노조, 전교조, 공노총, 교총, 보건의료노조 등 공무원연금 개악에 반대하는 8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외쳤다.
연단에 오른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 투쟁은 국민 모두를 지키는 정당한 투쟁입니다. 민주노총은 연금 개악과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막아내기 위해 4월 총파업을 합니다. 어물쩍 협상으로 돌파할 수 없습니다. 미친 정부보다 더 미친 투쟁으로만 돌파할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못지 않은 개악안을 제출해 공무원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친 새정치연합도 무대에 올랐다.
새정치연합 정책수석부의장 홍종학은 “공무원 여러분이 희생해서라도 공적연금을 강화하겠다는 헌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전날 공투본 지도자들이 제시한 양보안을 기정사실화하려 했다. 노동자들은 홍종학의 연설을 들으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공투본 지도부가 양보안을 제출한 것이 사실이라 어찌해야 할지 답답해하는 분위기였다.
하루 전 공무원노조 집행부는 공노총 교총 지도자들과 함께 “더 내는 방향으로 고통분담을 감수할 수 있다”며 양보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노동자들은 노조 집행부가 잘못할 때 이를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줬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활동가 수십 명이 지도부의 후퇴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나섰다.
공무원노조 이충재 위원장이 연단에 오를 때 ‘공무원연금 사수 네트워크’ 소속 회원들과 ‘노동자연대 교사모임’ 소속 활동가 30여 명이 팻말을 들고 무대 앞으로 나왔다.
팻말에는 “실무협의체 참가 말고 함께 투쟁합시다.”, “우리는 집행부의 양보안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집행부는 양보안을 철회하라”, “실무협의체 참가 반대한다” 하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사회를 보던 공노총 지도부는 언성을 높여가며 이들에게 “빠지라”고 소리쳤지만, 대열에 앉아있던 노동자들 일부는 시위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집회가 끝난 뒤에 많은 노조 활동가들이 이 용기 있는 행동에 격려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노동자들의 행동은 공무원연금 개악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노동자들에게 모범이 됐다. ‘공무원연금 사수 네트워크’ 회원들은 이날 공무원노조 집행부에 양보안을 철회하고 실무기구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리플릿 수만 장을 반포했다. 또 하루전 공무원노조 집행부가 다른 공투본 지도자들과 양보안을 제출한 상황에서 국회 회의장을 찾아가 이에 항의하며 대타협기구 논의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뒤이어 연단에 나온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도 이런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화답했다.
“새정치연합마저 사기극을 벌이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정부보다 55조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누가 고통을 받겠습니까? 재벌 곳간은 넘쳐나고 있는데 누가 희생해야 합니까? 그들이 희생해야 합니다. 실무기구는 면피용 꼼수입니다. 이미 기여율을 올리려고 나오고 있습니다. 실무기구는 정치권의 꼼수이므로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꼼수인 실무기구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정당한 투쟁으로 우리의 권리, 우리의 노후 지켜냅시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여의도 공원 앞 도로를 행진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