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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 강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기구’에 참여하기보다 투쟁 건설에 매진해야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이하 ‘사회적 기구’) 참여 여부를 둘러싸고 운동 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 기구’는 공무원연금 개악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의 초점을 흐리게 하고자 던진 공적연금 ‘강화’ 논의 테이블이다. 여야는 이 기구에 노동조합 등 ‘사업장 가입자 대표’나 ‘지역 가입자’ 대표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지배계급의 경제 위기 극복 프로젝트가 노동계급에게 고통을 전가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기구 참여 같은 협상을 통한 길은 거의 여지가 없다. 즉, ’사회적 기구’는 공무원연금 개악 당시 만든 ‘대타협기구’의 재판이 될 공산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공적연금은 당연히 강화돼야 한다. 공적연금 강화는 필요하고 절실한 요구인데다 노동조합의 참여가 보장되다 보니 못 미더워하면서도 이 기구에 참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첫째, 대타협기구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기구’에서 내놓을 합의에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다. 논의 결과를 국회 특위에 “단수 또는 복수안으로 제출”하면 최종 결정은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한다.

공무원연금 개악 과정에서 만들어진 ‘대타협기구’에도 공무원단체(노동조합) 대표자들이 참가했다. 그런데 ‘대타협기구’나 그 후신인 ‘실무기구’에서 노동조합은 “들러리” 취급만 받았다. 실무기구에서 만들어진 합의 내용은 국회 특위를 거치는 동안 빠져 버리거나 의미없는 문구가 돼 버렸다.

게다가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로 인상’ 등 자신들의 정책(공적연금 삭감과 사적연금 활성화)과 충돌하는 조항은 규칙의 첨부 자료로 포함시키는 것에도 반대했다. 공무원연금 개악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까닭이다.

새정치연합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로 인상’이라는 실무기구 합의 내용을 지킬 의지는 없었다. 결국 ‘사회적 기구’에서는 오히려 실무기구 합의 내용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검증”하도록 해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 놨다.

둘째, 사회적기구는 총 20명으로 구성되는데 여야가 각각 8명(국회의원 3명, 전문가 2명, 사업장 가입자 대표 2명, 지역 가입자 대표 1명)을 보내도록 했다. 이 외에 여야가 공동으로 추천하는 관계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2명이 포함된다. 따라서 그 구성으로 보건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그나마 대변할 사람은 1명(민주노총이 참여한다면)이거나 많아도 5명을 넘기기 어렵다. 이번에도 그랬듯이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에 관한 정보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뻔하게 질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

셋째, 국회 특위는 10월 31일에 자동으로 활동 기간이 종료되지만(합의를 전제로 25일 연장 가능) 그 전에 이뤄야 할 아무런 목표도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 시간만 때우다 끝나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넷째, 사회적 기구에서 벌어질 무성한 논의들 중에는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안도 있을 수 있다. 사실상 ‘공무원연금 개악’과 ‘공적연금 강화’ 맞바꾸기로 제시된 실무기구 합의안이 노동운동 내 분열과 혼란을 일으켰듯이, 이번에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과 ‘보험료 인상’이 비슷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물론 ‘공적연금 강화’가 순전히 미끼에 지나지 않았듯이 ‘소득대체율 인상’도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크다.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과 정면에서 충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보험료 인상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운동 내 일부 개혁주의자들처럼 선 노동자 양보를 주장하면 노동운동 내 분열과 혼란만 낳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에 대해 최근 기업주들과 청와대가 보인 반발을 보더라도, 기업과 정부가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재원을 내놓도록 강제하려면 강력한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물론 당장에 그런 투쟁 동력이 형성돼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사회적 기구에 참여해 시간과 노력을 빼앗긴다면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기 더 힘들어질 공산이 크다. 전 공무원노조 이충재 집행부가 대타협기구와 실무기구에 참여해 투쟁의 타이밍을 놓쳤듯이 말이다.

반면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높일 투쟁들이 하반기에 벌어지고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 그런 동력이 만들어지는 것도 꼭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려면 당장 공적연금 강화 투쟁의 한 축인 공무원노조는 배신으로도 모자라 노조를 분열시키고 있는 이충재의 탈퇴 공작을 저지하고 분열을 최소화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이를 공개 비판하면 기층 활동가들이 이충재의 분열 획책에 맞서 싸우기도 훨씬 좋을 것이다. 끝까지 올바른 입장을 견지한 전교조가 정부 공격에 버틸 수 있도록 연대도 확산해야 한다. 특히, 민주노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연금행동이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투쟁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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