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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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노조를 인정하고 합의 사항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3년 5월 택배 노동자들은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고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했다.
“우리는 하루 평균 13시간 넘게 일해요. 새벽 별 보고 출근해서 달밤을 보며 퇴근하죠. 그렇게 일하면 주말에는 녹초가 돼서 잠만 잡니다. 그러면 아이가 깨어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요.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시절 아빠와의 추억이 없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이 이런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수년간 임금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삭감돼 왔기 때문이다. 2009년 박종태 열사는 건당 수수료 30원 인상을 요구하며 목숨을 내놓고 항거했지만, 지난 7~8년간 건당수수료는 오히려 4백원가량이 삭감됐다. 이 때문에 같은 양의 화물을 배송해도 매달 1백40~1백50만 원의 임금삭감 효과가 발생했다. 노동자들은 이를 만회하려고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화물을 배송해야만 했다. 심지어 매일 아침 반나절 동안 전국에서 온 화물 중 자신이 담당한 지역으로 배송될 것들을 골라내고 차에 싣는 작업을 하지만 한 푼의 보수도 받지 못한다.
사측은 이렇게 노동자들을 착취한 대가로 이윤을 늘렸다. 2011년 1천2백50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1천6백71억 원으로 4백억 원 이상 늘었다.
결국 2013년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노동자들의 전국적인 파업은 ‘을’들의 반란으로 불리며, 설움받는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영감을 줬다.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화물연대에 가입했다. 이에 놀란 사측은 ‘패널티 폐지’ 같은 몇 가지 양보를 약속해야 했다.
정당한 요구
울산의 택배 노동자들은 부당한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자 계속 투쟁했다. 2013년 11월에는 계약해지 위협을 당한 일부 조합원들을 방어하기 위한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이런 투쟁으로 더는 사측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으로 그 전에는 사측의 눈치를 보며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이형화물(편법으로 포장해 매우 무겁거나 부피가 큰 화물) 배송을 이제는 당당히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회사는 2013년에 노동자들과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번 파업에서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품 패널티’도 2013년에 폐지했다 슬그머니 부활시킨 제도다. 반품 패널티 제도란 고객이 반품신청을 한 당일 반송화물을 회수하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 때마다 노동자들이 받는 수수료를 삭감하는 제도다. 고객이 집에 없거나 전화를 받지 않아 회수가 지연되어도 노동자들의 수수료를 삭감한다. 회수가 일주일 이상 지연되어 수십만 원의 상품값을 배상하게 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파업의 또 다른 요구인 ‘개인소장제’는 CJ대한통운이 노동자들과 직접 계약을 맺어 고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2013년 이후로 택배 물량이 대폭 늘었지만, 사측은 그 만큼의 인력충원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인력충원을 하려면 대리점을 통한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라고 꾸준히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대리점을 통해 간접고용 되면, 대리점에 수수료를 빼앗겨야 하고, 부당한 대우에 항의해도 CJ대한통운은 대리점과 협의하라며 책임을 회피할 것이다.
회사는 이 밖에도 올 초 동구터미널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의 책임자 처벌 문제나, 동구터미널 이전 신축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노동자들이 ‘특수고용형태의 개인사업자’이고 ‘화물연대가 법적으로 노조의 지위가 없다’는 말로 약속 불이행과 교섭 회피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광주에서 대한통운이 화물연대와 교섭을 체결한 전례가 있다. 전교조를 공격하는 박근혜 정부처럼,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이 두려워 한사코 노동조합을 부정하며 교섭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사측은 파업이 시작되자 노동자들에게 ‘계약 해지’를 협박하는 문자를 보내는 파렴치한 짓도 서슴지 않고 있다.
사측의 오리발과 협박에도 노동자들은 꿋꿋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울산의 택배 터미널 중 가장 큰 한 곳에 심각한 업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전국의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도 울산 조합원들의 투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노조를 인정하고 합의 사항을 지키라는 울산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이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