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파업:
승리를 위해 투쟁을 더 전진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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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에 시작된 울산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파업이 20일이 다 돼가고 있다. 노동자들은 2013년 확약서 이행, 노동 탄압 중단, 성실 교섭 촉구, 화물연대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은 2013년 사측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2013년 5월,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은 수년 째 계속된 임금 삭감과 장시간 노동에 맞서 전국적 파업에 나서며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이 파업 이후 사측은 노동자들과 몇 가지 약속을 '확약서'에 적어 서명했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 2년 내내 이 약속을 어겨 왔다.
2013년 사측은 “금전적 페널티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아무런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부활시켰다.
“현대 홈쇼핑에서 구입한 물건을 고객이 반품 신청을 했습니다. 반품 물건을 회수하러 갔는데 고객이 전화를 안 받아서 물건을 못 받았어요. 그러면 택배기사 잘못도 아닌데 일단 우리가 받을 수수료에서 일방적으로 물건 값을 떼어 갑니다.
또, CJ대한통운은 노동자들의 직고용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던 약속도 뒤집고 있다. 최근 직고용으로 계약된 조합원들을 전산 상에서 몰래 대리점에 고용된 것(간접고용)으로 바꾼 것이 들통 나기도 했다. 간접고용이 노동자들을 쥐고 흔들기 쉽고, 고용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하지만 사측은 모른척하고 있다.
그리고 사측은 조합원들을 차별했다. 조합원들은 안 그래도 작은 울산 동구터미널에서 비조합원들에 비해 더 좁게 일해야 했다. 사측은 더 넓은 터미널로 이전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이런 사측의 차별과 갈등 조장 속에서 한 조합원이 비조합원에게 폭행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대로 폭행 당사자를 해고하기로 약속했지만 지금은 ‘쌍방 상해 사건’으로 몰고 있다. 울산의 새로운 주택 단지인 혁신도시에서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구역을 배정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 2년간 사측이 골몰한 것은 ‘약속 이행’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저항을 억누를 준비였다. 울산에서 파업이 시작되자 곧바로 2백 대에 가까운 대체 수송 차량을 투입했다. 또, “화물연대는 화물운수 종사자들이 임의적으로 구성한 단체”라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강경한 태도 이면에는 날로 심해지는 택배 시장의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국내 택배 시장은 3조 9천7백57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6.4퍼센트 증가했다. 택배 물량도 7.5퍼센트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택배 시장이 성장하자 기업들이 돈벌이를 위해 몰려들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농협, 롯데 등이 택배산업 진출을 준비 중이고, 쿠팡도 자사 물류의 자체 배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들은 경쟁으로 줄어드는 이윤을 만회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려 한다. 우체국은 지난해 중단했던 토요일 배송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금전적 패널티 부활’도, 홈쇼핑 회사 물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홈쇼핑 회사로선 반품 시 발생하는 문제를 택배사가 책임지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연대
CJ대한통운은 택배 노동자들의 불만을 대변해 가장 앞에서 투쟁하는 울산 노동자들의 기를 꺾고자 한다. 노동자들에게 계약 해지 협박 문자를 보내고, 파렴치하게도 가족들에게까지 협박 편지를 보냈다. 심지어 사측의 거짓 대자보를 뜯었다는 이유로 조합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6월 16일에는 집회 농성 중이던 노동자들 3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공격 앞에서도 노동자들은 농성을 유지하며 굳건히 투쟁하고 있다. 전국의 CJ대한통운 택배 조합원들의 응원과 투쟁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 투쟁의 성패가 전국의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조건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울산의 요구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측은 2013년 약속한 걸 하나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6월 15일에는 각 지역의 CJ대한통운 작업장에서 택배조합원들이 연대 집회를 열었다. 또, 화물연대 가입을 이유로 한 부당해고(계약해지)를 파업으로 철회시켰던 체리부로(주) 노동자들이 울산택배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농성물품을 보내 오는 등 연대도 이어지고 있다.
19일과 20일에는 화물연대의 연대 행동이 벌어졌다. 전국의 화물연대 확대 간부와 CJ대한통운 노동자들이 모여 울산 매암동, 여천동, 양산 물금터미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양산 물금터미널 앞에서는 노동자들의 항의 행동으로 한때 물류운송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그러자 경찰은 11명의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고, 화물연대 이상락 경남지부장을 구속했다.
이런 탄압에도 불구하고 연대 행동으로 노동자들의 투지가 올랐다. 사측은 일시적으로 물류가 멈추는 것을 보면서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투쟁들이 울산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될까 노심초사 하고 있을 것이다.
주말 연대 투쟁 후에 다른 지역의 택배 노동자들로부터 응원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파업이 2주차를 넘어서도 굳건히 파업대열을 유지하면서 연대의 분위기를 더 확대시켜야 한다.
울산 택배노동자들의 투쟁은 CJ대한통운 노동자들과 더불어 전국의 다른 택배노동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이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