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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안보법안 강행 처리:
아베의 폭주에 반대하며 한일 군사 협력 문제도 경계해야

7월 16일 일본 중의원(하원)에서 11개 안보 관련 법 제·개정안(‘안보법안’)이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됐다. 일본공산당·사민당·민주당 등 주요 5개 야당은 표결 직전에 퇴장했다.

법안 성립까지 남은 절차인 참의원(상원) 표결은 늦어도 9월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국회는 중의원, 참의원 모두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자민·공명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참의원 통과도 거의 확실한 상황이다.

일본 총리 아베는 지난해 7월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용인한 집단적 자위권을 국내법에 반영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이번에 안보법안의 중의원 통과를 강행한 것이다. 일본 운동 진영은 이번 안보법안을 ‘전쟁법안’이라 부른다. 참고로 ‘전쟁법안’은 ‘국제평화유지법’ 신설, 무력공격사태법, 중요영향사태법, 자위대법, 미군 등 행동 관련 조치법, 특정공공시설이용법, 해상수송규제법, 포로대우법, 선박검사활동법, 국가안보회의 설치법, PKO협력법의 개정을 말한다.

‘전쟁법안’의 핵심 내용은 일본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전 세계 어디서든 미국 등과 함께 전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 ‘전쟁법안’에 묶이진 않았지만 아베 집권 이후 추진돼 온 특정비밀보호법,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치, 방위 이전 장비 3원칙(무기수출 3원칙 해제)’, ‘ODA 가이드라인 수정(기존의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은 타국 군대를 사업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앞으로는 ODA 사업을 통한 ‘군수 장비 등의 공동 개발·생산’을 허용한다는 내용)’ 등은 모두 아베 정권의 ‘전쟁 가능한 일본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국내법을 정비하기에 앞서, 아베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진 일본과 미국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지를 최근에 개정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명시했다.

‘전쟁 가능한 일본 만들기’

일본에서는 5월부터 꾸준히 조직돼 온 ‘전쟁법안’ 반대 운동이 아베 퇴진 운동으로 확대됐다. 운동 진영은 전쟁법안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 아베 정권의 반민주성을 폭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쟁은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의원 통과 직후 아베 지지율은 급락했다. 〈마이니치 신문〉의 여론 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7월 초에 견줘 7퍼센트포인트 하락해 35퍼센트에 그쳤다. ‘지지하지 않는다’도 51퍼센트로 처음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다른 일간지의 여론 결과 조사도 대동소이하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반대하는 여론은 62퍼센트(찬성 28퍼센트), 이번 강행 처리가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68퍼센트다.

아베의 ‘전쟁법안’에 반대하는 일본 운동은 크게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가 참여하는 ‘전쟁을 용납하지 않는 1000인 위원회’와 ‘헌법 해석으로 헌법 9조를 망가뜨리지 마라 실행위원회’로 대표된다. 이 단체들은 특정비밀보호법,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에 반대하며 꾸준히 운동을 건설해 왔다. 올해 들어 이 연대체들은 그동안의 반목을 깨고 전국 단위의 연대체인 ‘전쟁을 용납하지 않는다·9조를 망가뜨리지 마라 총력행동 실행위원회’를 결성했다. 일본에서는 매우 이례적이고 고무적인 일이다.

반대 운동

주요 운동 단체들이 손잡으면서, 운동이 폭넓게 확산되고 집회 참가자 수도 늘었다. 중의원 표결을 앞두고 열린 국회 앞 집회에는 궂은 날씨에도 평일에 최대 6만 명이 모였다. 그리고 릴레이 집회의 연인원은 10만 명이 넘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그동안 같은 쟁점으로 같은 날 집회를 따로 열던 지역 단체들도 지역 연대체를 함께 꾸리기 시작했다. 시민·사회 단체뿐 아니라, 미약하나마 노동조합들도 참가하고 있다. 공산당 계열의 노총인 ‘전노련’ 산하 노조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온건한 노총인 ‘렌고’ 산하 노조도 지역에선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렌고’ 자체는 이번 안보법안에 대해 주로 강행 처리를 문제 삼고 있을 뿐이다.

한편 최근 일본에서는 새로운 학생·청년 조직이 눈에 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행동(SEADLs, 실즈)’이다. 이 단체는 상징적으로 5월 3일 일본헌법 제정일에 발족했는데, 원래는 특정비밀보호법 반대 운동 단체로 시작해, 법안 성립 이후 해산하고 재결성했다. 이들은 2만 명 가까이를 집회에 동원할 정도로 성장했다. 반핵운동 당시에도 젊은이들이 많았지만 그때와 달리 ‘실즈’는 더 개방적이고(반핵집회 때는 반핵, 반원전 이외 쟁점을 배타시했었다. 그에 비해, 이번 ‘전쟁법안’ 반대 운동의 전체 분위기는 정치적으로 좀 더 개방적인 듯하다.) 정치적인 것 같다. 단체 핵심 지도부의 성원들은 연단에서 ‘전쟁법안’ 문제와 일본의 다른 현실 쟁점들을 묶어서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일본의 ‘전쟁 국가화’에 대한 반대 정서, 아베의 반민주적 폭거, 일본 운동 진영의 결집, 청년·학생들의 조직적 참가 등이 ‘전쟁법안’ 반대 운동을 키우고 있다. 법안 성립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남은 만큼 앞으로 이 운동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8월 아베 담화로 지지율이 더 하락하면 아베가 중의원 해산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관측한다.

한일 군사 협력

한편, 한일 군사동맹을 위한 사전 작업도 급추진될 것 같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 한·일 간 군사 실무협의체가 가동될 예정이고, 한·일 간 육·해·공군 실무급 교류 파트너도 거론되고 있다. 하반기에 열릴 실무협의체 회의에서는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의 후속 조처를 협의하고, 이때 한국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한국 측 요구사항도 전달할 듯하다.(〈조선일보〉, 7월20일)

최근 《주간 조선》에 실린 칼럼에서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 양욱은 한국 정부도 이제 ‘자위대 사용설명서’를 고민하라고 주문했다. 이미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기정사실화했으니 공동의 적인 ‘북한’을 두고 자위대를 활용할 방도를 세우라는 것이다. 한·일 군사협정을 주문하는 것인데, 역사 문제로 국내 여론이 신경 쓰인다면 한·미·일 정보공유협정처럼 중간에 미국을 끼면 되고, 중국과의 관계는 한·중 핫라인으로 달래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아베의 군사대국화 노력과 한일 군사 협력 문제에 대해 꾸준히 주시하며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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