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 단결 위해 1사 1노조가 더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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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형록 후보는 민주파 후보 경선에서 거듭 원하청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정규직 노조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옳게 주장했다.
2013년 현재 조선업의 비정규직 규모는 정규직의 294.1퍼센트나 된다. 현대중공업에서도 사내하청은 정규직의 두 배 이상 많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선업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고용불안, 저임금 등에 시달리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동료 노동자들의 고통에 눈감아선 안 된다.
둘째, 많은 수의 비정규직의 존재는 정규직의 임금·노동조건을 낮추는 압박 무기가 될 수 있다.
셋째, 미조직 비정규직의 존재는 노조의 힘을 약화시킨다. 정규직 노조가 파업을 해도 비정규직이 일손을 메우면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하청 연대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둘 다를 위해 중요한 문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요구를 진지하게 제기하며 함께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이는 심화하는 위기 속에서 노동자들을 쥐어짜려는 사측에 맞선 투쟁에서 사활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조직화
그런 점에서, 올해 상반기에 현대중공업 노조가 사내하청지회와 함께 ‘하청노조 조직화’에 나선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특히 2004년 정규직 노조 우파 지도부가 사내하청 박일수 열사 투쟁에 찬물을 끼얹었던 역사를 돌아볼 때 중요한 진전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상반기 조직화 시도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노조 가입 캠페인은 공장을 들썩이게 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정규직 노조의 투쟁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소수지만 일부는 사측의 단속을 무릅쓰고 용기 있게 정규직 파업 집회에 동참하기도 했다.
문제는 노조에 가입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거나 ‘해고하겠다’는 사측의 협박, 탄압이 매우 심각하다는 데 있다. 이런 위협은 실질적인 것이어서, 많은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조의 ‘법적 대응’ 약속만으로는 선뜻 나서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자신의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규직 노조는 상대적으로 규모도 훨씬 크고 힘이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우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을 얕잡아 봐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규모만 봐도 이 노동자들의 잠재력은 막강하다. 정규직-비정규직이 함께 어깨 걸고 싸울 수 있다면 파업 효과가 몇 배나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런 힘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사측의 탄압 등 현실의 여러 제약을 헤쳐나갈 힘과 자신감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손을 굳건히 잡는 것이 그 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를 현실화하려면 이미 별도로 조직된 사내하청 노조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일부 사내하청지회 간부들은 원하청 노조 통합이 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관료적 통제를 강화해 비정규직 투쟁을 제한할 것이라고 우려할 수 있다. 현대차 같은 곳에서는 비정규직 투사들이 노조 통합 시 비정규직의 독자성, 즉 독립적인 교섭권·쟁의권·체결권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를 내세우기도 했다.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종종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간 몇몇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보여 준 연대 회피와 배신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투사들은 조직화와 연대 투쟁의 전진을 위해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일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때때로 벌어지는 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관료적 통제 문제는 노조가 분리돼 있더라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기층에서 원하청 연대 투쟁을 조직하고, 이런 힘으로 미덥지 못한 노조 지도부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리된 노조보다 하나의 노조 안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의식을 발전시키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