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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좌파의 과제는 ISIS가 아니라 제국주의를 패퇴시키는 것이다

이 글은 11월 16일에 쓰여졌다.

파리 참사에 대한 말들 중 가장 멍청한 것을 꼽으라면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가 이를 “전쟁 행위”라고 비난한 것이지 싶다. 전쟁 행위는 맞지만 이 전쟁은 2015년 11월 13일 금요일보다 한참 전에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전쟁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1990~91년 걸프 전쟁 때 시작됐다. 중동에 대한 제국주의 개입의 역사를 최대한 짧게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말이다.

끔찍한 학살과 파괴를 낳은 제국주의 전쟁이 테러의 원인이다 2003년 이라크를 침략한 미군. ⓒ출처 James Gordon(플리커)

그렇다고 해서 파리에서 총을 쏘고 폭탄을 터뜨린 것이 정당한 반제국주의 투쟁의 일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차별적인 민간인 살해는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이하 아이시스)와 그 동조자들이 저지르든 미국과 그 동맹들이 저지르든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많은 좌파들처럼 이를 대등한 두 악의 세력 사이의 갈등이라고 보는 것은 오류다.

아이시스는 반동적이고 반혁명적인 운동이다. 그러나 아이시스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으로 인한 파괴와 ‘아랍의 봄’ 패배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아이시스 성장의 근본적 책임은 서구 제국주의 열강과 그들의 중동 동맹국들에 있다.

노동당 예비내각의 법무장관 팔코너 경은 ─ 그는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토니 블레어 내각의 각료이기도 했다 ─ 11월 15일 보수적 토크쇼 ‘앤드류 마 쇼’에서 여러 차례 “아이시스 격퇴”를 언급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에 반대해 강력한 운동을 조직했던 전쟁저지연합(StWC)도 “아이시스 격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아이시스의 근거지인 시리아와 이라크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아이시스 격퇴”는 공허한 언사다.

최근 패트릭 코번은 영국의 격주간 문예잡지 〈런던 리뷰 어브 북스〉에 이렇게 썼다. “몇 년 전 바그다드에서 한 이라크 정치인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라크의 모든 정당이 너무 강하기도 하고 약하기도 해서 문제다. 이들은 패배하기엔 너무 강하고, 승리하기엔 너무 약하다.’ 오늘날 시리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쪽의 무장세력이 일시적으로 패배해도 국외 세력의 도움을 받고 위기에서 벗어난다. 2014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터키가 허약해진 반정부군(아이시스 제외)을 일으켜 세웠고, 올해는 러시아·이란·헤즈볼라가 아사드[시리아 독재자]를 지켜 줬다.”

패배

요즘 시리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미국과 러시아 같은 제국주의 열강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각각 패배를 겪은 바 있기 때문에, 둘 다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꺼린다. 그래서 둘 다 시리아에 폭탄과 미사일만 퍼붓는 것이다. 11월 13일 파리 참사는 이런 폭격이 허사였음을 밝히 드러냈다.

데이비드 캐머런[영국 총리]은 [11월 13일 이른 저녁] 총리 관저 앞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드론 공격으로 [영국인이고 참수 동영상에 자주 등장해 ‘지하드 존’으로 알려진] 무하마드 엠와지를 사살한 것에 영국이 기여한 바를 떠벌렸다.

그러나 기자회견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파리 공격이 벌어져], 이런 “정당방위 행위”로는 서방 국가 시민들을 절대 보호할 수 없음이 밝히 드러났다.

아이시스는 조직적인 약탈과 이데올로기적 열성에 기반해 만만찮은 전투 조직을 만들었다. 아이시스는 서방의 개입이 부추긴 분노와 증오를 뒤틀린 방식으로 결집시킨다.

리디아 윌슨[옥스포드대 연구교수]은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서 생포된 아이시스 대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최근 〈네이션〉에 썼다. 윌슨은 아이시스 대원들을 “점령이 낳은 자식”이라고 묘사하며 이렇게 썼다. “아이시스가 그들을 사로잡은 것은 ‘국경 없는 칼리프 국가’라는 아이시스의 이상향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존심에 상처받고 분개한 청년들에게 자신의 존엄·가족·부족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카에다 몰락 이래) 제시한 최초의 세력이 아이시스라는 점이다.”

아랍 혁명의 부흥만이 아이시스에 맞설 만한 강력한 사회 세력을 이룰 수 있다. 제국주의 지배에 저항하고 아랍 지역의 지배계급을 타도할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파리 참사 일으킨 아이시스(ISIS)는 무엇이고 어떻게 성장했는가?”)

데이비드 캐머런이 파리 참사 1주일 전쯤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서 이집트 혁명을 압살한 이집트 대통령 엘 시시를 환대한 것은, 제국주의 지배에 저항하는 것과 아랍 지역의 지배계급을 타도하는 것이 연결돼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좌파가] 올랑드처럼 파리 학살에 “무자비한 전쟁”으로 대응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제국주의 개입과 잔혹 행위라는 악순환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중동 지역과 제국주의 심장부 모두에서 더 많은 죽음과 고통이 될 것이다.

서방에 사는 우리는 “아이시스를 격퇴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지배자들의 제국주의적 깡패 짓을 끝장낼 수 있는 대중 운동을 건설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일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