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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이주노동자‍·‍무슬림 마녀사냥 중단하라

파리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는 한국의 이주노동자와 무슬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으며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11월 18일 경찰은 충분한 증거도 없이 한 인도네시아인을 테러리스트라며 구속 수사를 벌였다. 국정원은 2010년 이후 국내 체류 외국인 48명을 테러 관련 혐의로 강제 출국시켰다고 발표하며 국민들의 공포감을 부추겼다. 11월 14일 법무부는 외국인과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런 정부의 탄압과 여론몰이 이후 이주노동자와 무슬림들이 겪는 고통은 커지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노조 활동가의 말에 따르면, 최근 대구에서는 경찰이 길거리에서 수염을 기른 이주노동자들을 검문하고 단속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경찰은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들어가서 수염을 기른 사람에게 수염을 깎으라는 모욕과 협박까지 했다.

한 사업장에서는 사업주가 인도네시아인 2명을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해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난민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닌 제국주의 전쟁의 피해자이다 11월 18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시리아 난민.

이주노동자와 무슬림들은 곳곳에서 마주치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도 고통받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무슬림 전체를 잠재적 테러범으로 몰고 가는 정부의 언행이 이런 편견을 더욱 부추기고,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아이시스와 같은 열광주의 세력의 존재를 이유로 무슬림들을 테러리스트로 보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한국의 이주노동자와 대다수 무슬림들은 장시간, 저임금에 열악한 일을 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천대받는 소수자들이다.

속죄양

지난 십수 년간 정부는 노동계급과 민중의 저항을 억누르고 경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주노동자와 무슬림들을 속죄양 삼는 공격을 해 왔다.

2010년 경찰은 대구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성직자로 근무하던 지아울 하크라는 파키스탄 남성을 ‘탈레반’ 조직원이라며 수사를 벌였다. 이 사건은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지아울 하크의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안겼고, 그해 말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찰력을 강화하는 명분으로도 이용됐다. 그러나 경찰은 결국 어떤 물증도 제시하지 못했고, 이 사건은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아니면 말고’ 식 여론몰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글라데시 무슬림 공동체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 탄압 사례는 정부가 벌인 대표적인 테러조직 조작 사건이다. 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반감이 높았던 2004년 국정원과 법무부는 이 단체를 ‘반한’(反韓) 활동을 하는 ‘이슬람’ 단체라며 조직원 3명을 추방했다. 당시 보수 언론들은 이 단체가 테러를 지원했을 수 있다며 한껏 분위기를 몰아갔다. 그러나 결국 이 단체의 ‘반한’ 활동이나 테러의 증거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정부의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 항의 운동이 벌어졌던 2006년 경찰은 이주노동자 집회에 참가했던 인도네시아계 이주노동자 압둘 사쿠르를 연행하며 ‘테러 용의자’라는 딱지를 붙였다. 경찰이 그를 ‘테러 용의자’로 지목한 근거는 그가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을 입었다는 것뿐이었다. 그는 6개월 동안이나 교도소보다 못한 외국인수용소에 수감됐다가 결국 인도네시아로 추방됐다.

이처럼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저항 운동을 ‘반한 활동’으로 규정해 테러와 연계시켜 탄압했다. 이주노동자 운동의 주요 활동가들이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혀 추방되는 일도 벌어졌다.

정부가 이렇게 이주노동자들과 무슬림을 테러 위험과 연결시키는 데는 사악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 정부는 이주민을 테러리스트로 몰아 사회 전반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국가의 억압과 억압기구를 강화하고 싶어 한다. 이미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들은 제2의 국가보안법이라 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관련 기사 "테러방지법 제정 시도 - ‘파리 공격’ 틈타 박근혜가 끄집어낸 쇠몽둥이") 이런 시도는 평범한 시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이를 통해 정부와 사용자들은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맞선 노동자 저항을 약화시키고 싶어 한다.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이 11월 14일 총궐기를 “공권력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하며 강경한 탄압을 주문하고 있듯, ‘테러 위협’을 부추기는 정부 공격의 칼날은 결국 노동자 투쟁을 향해 있다.

정부는 이런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슬림 마녀사냥과 이주자 출입국 규제, 국내 이주민 통제와 차별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진정한 원인

한편 정부의 이주민 속죄양 삼기는 테러의 진정한 원인을 은폐하는 효과도 낸다. 미국과 서방 열강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1백만 명이 훨씬 넘는 중동 사람들이 죽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난민이 됐다. 이 신문의 다른 글들이 입증하듯이,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이 중동에서 벌인 잔혹한 전쟁이 테러의 진정한 원인이다.

반전운동이 경고했듯, 이런 학살이 테러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아이시스가 한국을 테러 대상국으로 지목한 것도 한국 정부가 파병을 하며 서방의 전쟁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주노동자와 무슬림 속죄양 삼기에 반대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노동자 투쟁을 약화시키려는 공격에 맞서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운동은 정부가 이주민과 내국인 사이를 부추기려는 이간질에 맞서야 한다. 또한 테러를 낳는 진정한 원인이 한국 정부의 친제국주의 정책들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주노조와 이주노동자 인권 운동을 하는 단체들은 11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방침의 문제점을 알려나가기로 했다. 파리 공격이 벌어진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이주민과 무슬림을 공격하는 정부에 맞서 이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운동은 이런 국제적인 목소리의 일부이기도 하다.

시리아 난민 신청자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라

국정원은 11월 18일 테러 관련 동향 보고에서 올해 “시리아 난민 2백 명이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다”면서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언론들은 이런 내용을 앞다퉈 보도하며 시리아 난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는 편견을 강화하고 난민 혐오와 테러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겼다.

그러나 시리아 난민들은 서방의 폭격과 아이시스의 폭력을 피해 피난처를 찾아온 사람들이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국정원의 시리아 난민 마녀사냥은 지금도 열악한 시리아 난민들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한국에서 1994~2015년 5월 31일까지 시리아 난민 신청자 7백13명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단 3명뿐이다. 인정률이 0.42퍼센트밖에 안 된다(공익법센터 어필, 김세진 변호사).

인도적 체류?

심지어 최근 정부는 시리아인들에게는 개별적인 난민 지위 심사조차 하지 않고 ‘인도적 체류’ 지위만 부여하고 있다. ‘인도적 체류’ 지위로는 오로지 체류와 취업만 허용될 뿐, 난민에게 필요한 지원이 일절 제공되지 않는다. 매년 체류 자격을 갱신해야 하며, 언제든 체류 지위를 상실할 수 있는 매우 불안정한 처지이다.

한국 정부는 시리아 난민뿐 아니라 모든 나라의 난민들, 특히 난민 지위를 아직 인정받지 못한 난민 신청자들을 매우 가혹하게 대하고 있다. 올해 3월 한국에 난민 신청을 했다가 불허된 18세 모로코 청년이 강제 추방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그와 함께 구금됐던 한 외국인은 “그가 억지로 끌려가던 중 죽음을 맞이했다”고 증언해, 출입국관리소 측이 물리력을 행사한 것 아닌지 의혹이 일고 있다.

올해 들어 난민 불인정 처분 건수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월평균 65건이 이뤄지던 불인정 처분이 2015년에는 월평균 2백13건으로, 3백30퍼센트나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난민이 급증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난민 신청자가 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난민 인정에 극도로 인색한 것이다. 난민 지원 단체들은 정부가 ‘신속한 심사’를 이유로 절차를 생략하거나 제대로 된 심사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도 심각하게 홀대받고 있는 난민들에게 테러리스트라는 멍에까지 지워서는 안 된다. 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감시와 통제가 아니라 지원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은 2015년 10월 통계로 세계 11위이지만 난민 인정률은 OECD(선진국 클럽) 국가 중 27위에 머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