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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
“무슬림·이주민 희생양 삼기 중단하라,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한다”

11월 25일(수)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의 이주 관련 인권단체들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파리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가 무슬림·이주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하며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것에 항의하고, 전체 한국인들의 민주적 권리까지 후퇴시킬 테러방지법에 반대하기 위해서이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공동행동, 이주인권연대 등 이주 관련 주요 연대체들이 이날 기자회견을 공동으로 주최했다.

11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공동행동, 이주인권연대 등 전국 이주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미진

첫 발언을 한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테러는 나쁘지만, 아무 죄 없는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고 지적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테러리스트로 몰려 고통받은 한 이주노동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몇 년 전에 한 동지는 테러리스트로 몰려 단속반에 쫓기다 2층에서 떨어져서 아직까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가 테러리스트라는 증거가 없는데도 단속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더는 없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죄 없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정부가 부당하게 이주민·무슬림을 탄압한 사례 발표들이 이어졌다.

정혜실 이주민방송 운영위원은 남편이 파키스탄인이라는 이유로 인권 침해를 겪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에 “국정원 직원이 자신의 신분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남편에게 접근해 감시를 했다”고 한다. 심지어 친정까지 찾아와 신상을 캐물었고, 이에 항의해 이후 국정원 직원에게 사과를 받았다.

“9·11 테러 이후 지금까지 한국에서 실제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테러 위험을 과장하면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습니다.”(정혜실 운영위원)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이미진

이주인권연대 김헌주 대표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벌어진 사례를 소개했다.

“테러 단체를 지지했다며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가 구속된 이후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들이 집중 사찰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왜관에서는 한 사장이 인도네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했습니다.

“대구의 성서공단에서는 자신을 정보 당국이라고 소개한 한 사람이 이주노동자에게 ‘수염을 기르고 있으면 오해를 받으니 수염 깎으라’는 말을 했습니다. 어제는 정보기관에서 인도네시아 기도 공동체를 사찰하고 갔습니다.

“그러나 한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를 테러리스트로 모는 근거도 불충분합니다. 이를 빌미로 이슬람 공동체들을 감시·사찰하는 것은 중단돼야 합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는 난민들이 잠재적 테러범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 간 국정원을 규탄하며 난민 인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시리아 난민 신청자 중에 난민으로 인정한 사람은 단 3명뿐입니다. 한국은 1인당 GDP 대비 난민 수용 비율이 1백19위에 불과합니다.”

이정원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은 정부가 이주민·무슬림을 속죄양 삼는 정치적 의도를 꼬집었다.

“2004년 한국군 파병 반대 여론이 컸을 때 당시 정부는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 사건을 조작해 터뜨렸습니다. 2006년 이주노동자들이 단속, 추방에 반대하는 항의를 벌일 때 정부는 단지 전통 의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한 이주노동자를 테러리스트로 몰았습니다. 2010년에는 G20을 앞두고 근거도 없이 한 파키스탄인을 ‘탈레반’ 조직원으로 모는 마녀사냥을 벌였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려는 상황에서 민중총궐기를 폭력 진압하고, 이주민, 무슬림을 속죄양 삼아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정원 운영위원은 이런 정부의 태도는 인종차별을 부추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주민 차별과 테러방지법 제정에 맞서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는 테러방지법은 “오로지 국정원을 위한 법”이라며 지적했다.

“테러방지법은 적법절차나 영장주의, 개인의 사생활 보호 등과 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악법입니다.

“정부가 테러 위협을 과장하며 이주민을 공격하는 것은 곧바로 국민들에게 돌아옵니다. 정부는 실체 없이 테러 공포를 조장하며 난민, 이주노동자를 테러리스트로 모는 시도를 중단해야 합니다.”

앞으로 이주 인권 단체들은 이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조처에 대한 사례 수집을 확대하고 이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을 속죄양 삼아 국가 탄압 수위를 높이는 것을 정당화하려 한다. ⓒ이미진